'칩플레이션' 때문에…노트북 100만원↑, 게임기까지 '도미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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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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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이 IT 가전 시장을 강타하며 완제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국내 대표 제조사들이 주요 노트북 모델 가격을 전작 대비 최대 100만원 가까이 올린 데 이어, 스마트폰과 콘솔 게임기까지 가격 인상 행렬에 가세했다.

12일 IT 및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주요 노트북과 태블릿 PC 제품군의 출고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제품 가격에 전격 반영한 결과다.

LG전자는 지난 1일부터 일부 모델의 가격을 약 40만원 인상했다. 이미 지난 1월 신제품 출시 당시 전년 모델 대비 30만~50만원의 가격 상승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불과 석 달 사이에 두 차례나 가격이 뛴 셈이다. 실제 '2026년형 16인치 그램'은 올해 초 314만원에 출시됐으나 현재는 35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유사 사양 모델이 26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실구매가가 89만원, 사실상 100만원 가까이 폭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부터 '갤럭시 북6' 시리즈의 출고가를 사양에 따라 최저 17만원에서 최대 90만원까지 인상했다. 고성능 모델인 '갤럭시 북6 울트라'는 이전보다 45만~90만원가량 비싸졌고, 보급형 라인인 '갤럭시 북6'와 '갤럭시 북6 프로'도 각각 최대 88만원과 68만원씩 가격이 올랐다. 태블릿 PC 제품군인 '갤럭시탭 S11 울트라'와 '갤럭시탭 FE' 시리즈 또한 각각 15만원과 8만원 안팎의 인상폭을 기록했다.

칩플레이션의 여파는 노트북을 넘어 모바일과 엔터테인먼트 기기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차기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6' 시리즈의 출고가를 전작 대비 최대 29만 5900원 인상했다. 특히 최고 사양인 '울트라 16GB·1TB' 모델의 가격은 254만 5400원으로 책정되며 '스마트폰 250만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신제품뿐만 아니라 '갤럭시 Z 폴드7', '갤럭시 Z 플립7', '갤럭시 S25 엣지' 등 기존 구형 모델의 고용량 라인업까지 출고가를 10만원에서 20만원가량 인상했다.

콘솔 게임 시장도 가격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는 이달 초부터 '플레이스테이션5(PS5)'의 가격을 약 100달러(약 14만 80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고성능 버전인 'PS5 프로'는 150달러가량 올랐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압박을 인상 사유로 든 소니의 결정에 따라 국내 판매가도 조만간 조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닌텐도의 차세대 기기인 '스위치 2' 역시 출시 시점에 맞춰 높은 가격대가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 브랜드 역시 가격 인상 랠리에 동참하고 있다. 대만 에이수스(ASUS)는 이미 연초부터 제품가를 15~25% 올렸으며, 미국의 HP와 델(DELL)도 2분기 중 본격적인 가격 조정을 예고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전반적인 PC 가격이 약 1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특히 500달러 미만의 저가형 보급형 PC는 채산성 악화로 인해 2028년경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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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칩플레이션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급격한 부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2027년까지 시장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며 "신규 생산 설비가 안정화되는 2027년 말에나 수급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등 관계 부처는 지난 9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를 열고 디지털 양극화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에서 사용기한이 지난 불용 PC 중 상태가 양호한 제품들을 폐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수리와 정비를 거친 '재생 PC'를 지방정부의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투입해 보급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배터리 수명 문제로 효율이 떨어지는 노트북과 태블릿은 제외하고 데스크톱 모델에 한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올해 추경 등을 통해 확보된 재원을 활용해 학생 대상 PC·노트북 구매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최근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1인당 지원 단가(기존 104만 2000원)를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 과정에서의 매점매석이나 가격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실태 점검에 착수해 시장 교란 행위를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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