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자체의 관광행정은 정답 없는 문제풀이와 같았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인해 명쾌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관행적인 벤치마킹에 의존하는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사가 쥐여 준 ‘데이터 현미경’은 지자체의 묵은 고민을 꿰뚫는 실전형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국가·타깃별 데이터가 포착한 ‘소비 디테일’은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미국 관광객은 전통 명소 방문을 넘어 지역 미식을 탐방하는 K-푸드 소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반면, 일본 관광객은 로컬 웰니스·뷰티 업종에서 지갑을 가장 먼저 열었다. 이는 지자체가 예산을 어디에 우선 투입하고 어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실전 카드는 급성장하는 지방공항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올해 1분기에는 근거리 핵심 시장인 대만·일본 관광객이 제주와 부산 등의 지역으로 들어와 인근 소비를 폭발적으로 견인하고 있음이 데이터로 증명됐다. 이제 외래객 유치 구조도 수도권으로 입국해 지역으로 분산되는 방식에 머물 것이 아니라, 들어오고 머무는 관광 거점이 지역이 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단일 지자체의 각자도생식 유치 전략을 넘어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삼아 인근 지자체들이 함께 광역관광권을 형성해야 한다. 해외에서 지역으로 이어지는 외부 접근성은 물론이고 도착 이후 권역 안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내부 접근성까지 함께 설계될 때 지방공항의 성장세는 실제 체류와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가 보여 준 지방 공항의 약진은 지역관광이 수도권 중심의 1극 구조를 넘어 지역이 살아나는 다극형 관광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분명한 정책 신호다.무엇보다 현장 실무자들의 큰 환호를 받은 것은 하반기에 예고된 인공지능(AI) 기반의 ‘한국관광 데이터랩’ 개편이다. 전문 데이터 분석 인력을 따로 두기 힘든 현실에서 방대한 데이터 속 클릭 한 번으로 지역 맞춤형 분석 보고서를 자동 생성해 주는 시스템은 강력한 정책 무기다. 공공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해 지자체가 즉시 전술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이상적인 상생 협업 모델의 본보기다.
관광은 막연한 직관으로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쥐고 핀셋처럼 정조준할 때 비로소 지역경제를 뛰게 하는 생명줄이 된다. 낡은 관행을 벗고 데이터로 무장한 로컬 관광의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 공사가 제시한 날카로운 데이터 인사이트가 지역의 관광 영토를 넓히고, 수도권 중심을 넘어 지역이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서는 든든한 나침반이 돼 주기를 기대한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한국관광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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