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판단은 추상적 우려가 아닌 현실의 고통을 반영한다. 임상 현장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해 관련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접한 뒤 따라 하거나, 외모 관련 콘텐츠에 과도하게 노출된 이후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는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어떤 청소년은 하루 10시간 이상 소셜미디어에 몰입하며 수면과 학업, 또래 관계가 무너지고 결국 우울과 불안, 자해 충동 상태에 이른다. 단순한 ‘사용 과다’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기능이 붕괴되는 문제다.
최근 한 연구는 미국에서 1만 명 이상의 아동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소셜미디어 사용이 증가할수록 순차적으로 우울 증상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즉, 우울한 청소년이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사용 자체가 우울을 발생시키고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하루 3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 자살사고 등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미디어와 플랫폼 기업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왔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 중독되는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논리에 가깝다. 실제 최근 연구들은 디지털미디어 노출의 양과 패턴 자체가 디지털미디어 중독의 발생에 중요한 요인임을 말해주고 있다.그렇다면 이러한 구조적 위험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해외에서는 이미 정부가 나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고, 아동 대상 개인화 추천을 제한하고 있다. 영국은 온라인안전법을 통해 플랫폼에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유해 콘텐츠의 반복 노출을 막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법원 판결과 주(州) 단위 입법을 통해 ‘중독적 설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시스템 자체를 규제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우리 사회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가정, 학교와 지역사회, 상담과 의료체계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단순히 “사용을 줄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체활동, 문화예술, 또래 관계, 지역사회 참여 같은 건강한 기쁨의 자원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AI)은 피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러나 그 환경이 인간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가 책임 있게 관리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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