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형모듈원전(SMR) 추진, 프랑스의 대규모 원전 증설, 핀란드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인프라 완공. 원자력발전 없이는 에너지 안보도, 지속 가능한 기후 대응도 어렵다는 인식이 유럽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21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SMR 도입을 결정하고, 북웨일스 앵글시섬의 윌파 지역을 후보 부지로 선정했다. 영국이 짓는 SMR은 최대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2030년대 중반 전력망에 연결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SMR 외에도 대규모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며, 국영 기업인 GB에너지에 올해 3분기까지 추가 부지를 확보하도록 지시했다.
재생에너지 선도국으로 꼽히던 국가들 역시 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벨기에 의회는 지난해 5월 신규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원전 부활 계획을 승인했다. 2003년 탈원전을 선언한 지 22년 만의 변화다.
스페인은 지난해 4월 대규모 정전을 겪은 이후 2035년까지 원전 7기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기존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로 불리는 이탈리아도 마지막 원전이 문을 닫은 지 25년 만에 원자력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탈원전의 상징인 독일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공약에 폐쇄된 원전의 재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는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50년까지 최대 14기의 신규 원자로를 건설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제시했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분 시설인 ‘온칼로’를 준공하며 원전의 장기적 지속 운영을 위한 핵심 인프라를 완성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이 계획 중인 대형 원전 신규 건설을 이행하는 데 2050년까지 약 2410억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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