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日국민이 다카이치 지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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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日국민이 다카이치 지지하는 이유

요즘 일본 경제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기업 이익은 5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엔저와 가격 인상, 비용 절감이 맞물리며 대기업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닛케이225지수는 종가 기준 처음으로 60,000선을 돌파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히타치와 화낙, 키옥시아 등 반도체·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 데이터센터 증설과 AI 설비 경쟁이 이어지면서 일본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고통 있더라도 기업이 살아야"

하지만 일본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내수와 소비자심리는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본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5%로 낮췄다.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질임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역사적 고점을 찍고 있지만 생활 현장에서는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엔저 장기화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일본인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하고 있다. 기업 실적과 국민 체감 경기 사이의 간극, 이른바 ‘디커플링’이 일본 경제의 핵심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상황에서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지지율이 여전히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식 시각으로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생활이 어려워졌다면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도쿄의 한 50대 회사원은 “다카이치 총리는 뭐라도 해낼 것 같은 사람”이라며 “일본인들은 수십 년 동안 나약하고 국민 눈치만 보는 정치인들에게 지쳐 있다”고 말했다. 장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겪어온 일본인들에게 지금의 기업 경쟁력 회복과 주가 상승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인적인 삶이 팍팍해졌더라도 “일본 기업과 일본 경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긍정론에 무게를 싣는 것이다.

'잃어버린 30년'에서 얻은 교훈

일본인들은 버블 붕괴 이후 반복된 정치권의 인기 영합 정책과 부실 방치에 질려 있다. 고용 경직성이 결국 국가 부채 확대와 성장 정체로 이어지는 과정도 오랫동안 지켜봤다. 눈앞의 불만을 덮는 단기 처방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체득한 것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최근 기업 경영진의 경영 판단과 관련한 손해배상 책임에 상한을 두는 방향으로 회사법 개정에도 나섰다. 대표이사와 경영진의 법적 부담을 줄여 인수합병(M&A)과 설비투자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규제 완화와 스타트업 육성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논란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기업이 움직여야 국가가 산다”는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한국 역시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일본과 비슷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성장률 둔화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기 부양책이나 현금성 지원만으로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환자에겐 사탕이 아니라 입에 쓴 약을 줘야 한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기업 경쟁력을 살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일본 사회가 ‘잃어버린 30년’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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