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은 왜 로봇에 관대한가

3 days ago 7

[특파원 칼럼] 중국은 왜 로봇에 관대한가

중국 베이징에서 로봇을 마주치는 건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쇼핑몰 식당가에선 서빙 로봇이 국수를 나르고, 호텔 로비에선 배송 로봇이 객실 앞까지 배달 음식을 가져다준다. 전기차·스마트폰 전시장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손을 흔들거나 대화를 건네오는 것도 어느새 일상이 됐다.

접점이 많아서 익숙해진 것인지, 익숙해져서 접점이 많아진 것인지를 명확하게 따지긴 어렵다. 하지만 중국인이 상대적으로 로봇에 관대한 건 사실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올해 초 춘제(음력 설) 갈라쇼만 해도 그렇다.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로봇들이 아이들과 무술 공연을 선보였을 때 다른 국가에선 아이의 안전을 걱정하거나 “섬뜩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중국에서 로봇의 유연성이나 기술력을 평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식 기술 수용의 뿌리는

고령자 돌봄 로봇, 빨래 로봇, 간호 로봇 등이 공개됐을 때도 다른 국가에선 “인간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논의가 불붙었다. 막상 중국에선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감탄이 우선했다.

왜 중국은 상대적으로 로봇에 관대할까. 중국의 문화적 뿌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에 익숙했다.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서구식으로 날카롭게 자르지 않았다. 중국의 민간 신앙과 불교적 세계관에서 요괴, 정령, 불상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었다. 인간과 비인간을 더 넓은 관계와 조화 속에서 이해해왔다. 로봇을 바라보는 감정에도 정치·경제적 계산만이 아니라 이 같은 오래된 문화적 상상력이 스며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19~20세기 중국 근대사를 관통한 과학기술 중심의 구국론이 더해졌다. 제국주의의 침탈과 국가 쇠락을 목격하면서 중국은 ‘왜 우리는 약해졌는가’라는 질문에 매달렸다. 그리고 약소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답을 과학기술과 공업화에서 찾았다.

문화·생존 전략이 재구성한 로봇

그래서 중국에 로봇은 단지 하나의 기술이 아니다. 국가가 뒤처지지 않았다는 증거이면서 미국의 첨단기술 견제 속에서 자력으로 미래 산업을 열 수 있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더욱이 인구와 성장의 방정식이 바뀌는 구조적 경제 문제까지 맞물렸다. 가파른 인구 감소세와 고령화는 노동력과 성장 잠재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이 로봇에 매달리는 건 실업 걱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가 국가 경쟁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값싼 노동력만으로 ‘세계의 공장’을 유지하던 시대가 끝난 만큼 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후발 생산기지와 경쟁하기 위한 방어선이 됐다.

중국에서도 로봇이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팽배하다. 다만 중국 정부는 충격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속도를 늦추기보다 속도를 높인 뒤 재교육과 산업 전환으로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로봇을 ‘나중에 검토할 위험’이 아니라 ‘당장 써야 할 생존 도구’로 보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시장은 결국 기술을 먼저 허락한 사회에 열릴 것이다. 사회가 받아들이는 만큼 기술은 현실 속에서 단련되고, 그렇게 쌓인 경험은 다음 혁신을 앞당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