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 이종필 감독 "원작 못생긴 설정, 고아성 눈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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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소설 원작, 넷플릭스서 공개…"원작, 내 이야기 같아 끌려"

"빛과 어둠에 관한 영화…각자의 청춘 떠올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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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의 이종필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핵심 설정 중 하나는 못생긴 여자다.

못생긴 인물에게서 사랑과 인간다움을 조명하며 외모 이데올로기, 자본주의 시스템에 관해 말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이종필 감독의 가장 큰 고민도 이러한 설정이었다. 그는 못생긴 여자를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못생긴 여자'라고 인터넷에 검색했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 감독의 고민은 그가 배우 고아성을 만나고 난 뒤에 해결됐다. 이 감독이 원작의 본질이라고 봤던 20대 이야기를 고아성이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아성 배우가 이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그랬죠, '당신은 예쁘시잖아요'라고요. 아성 배우가 가만히 있다가 그러더라고요. '저는 이 인물의 눈을 표현할 수 있어요.'"

영화 '파반느'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 감독은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아성 배우가 그 눈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해서 영화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회상했다.

'파반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미정(고아성 분)과 요한(변요한), 경록(문성민) 세 청춘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원작으로 지난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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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 감독은 20대가 끝나갈 즈음인 2009년 이 소설을 처음 읽고 매료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20대가 끝날 때 이 소설을 봤는데 너무 몰입했다. 내 이야기 같았다"며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가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고 하는 내용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10년 전부터 이 소설의 영화화를 추진했다. '못생긴 여자'라는 설정에 대한 고민은 고아성을 만나고 이 작품의 매력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해소됐다.

이 감독은 "제가 끌렸던 부분은 20대 이야기였다는 점"이라며 "제가 꿈꾸는 영화의 핵심이 소설의 화두인 자본주의가 아니라면, 못난 얼굴의 디테일(세세한 부분)이 아닌, 사랑할 자신이 없는 얼굴을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못생겨 보여 자신 없어 하고,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며 "미정은 그런 사람들의 감정 이입 대상이 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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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 속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는 자신감이 없던 인물이 달라지는 과정을 표현한다. 이 감독은 이를 위해 조명을 적극 활용했다. 주로 어둡게 표현되던 미정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고 빛이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식이다.

이 감독은 "콘셉트가 명확히 있었다. 어둡고 까끌까끌한 피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둠 속에 방치된 전구가 불이 들어오면 아름답고 빛나는 것처럼, 어둠 속에 방치된 미정이 점점 밝아지는 공간으로 갔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영화를 "빛과 어둠에 관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조명 작업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 '탈주', '소주전쟁' 등에 참여한 이승빈 감독이 맡았다.

이 감독은 "저도 편집하면서 알게 된 건데, 모든 장면에 빛이 숨겨져 있다"며 "인물들이 걷는 골목에도 조명팀이 구석에 다 숨겨놓았다. 밤하늘의 별처럼 다 박혀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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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 속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는 요한의 서사도 비중있게 다룬다. 요한은 록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캐릭터이면서 외로움과 본인만의 깊은 사연을 가졌다. 이 감독은 규정짓기 어려운 요한처럼 변요한도 종잡을 수 없는 배우라면서 역할에 적격이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변요한 배우는 차갑다가도 뜨겁고 능글맞다 싶다가도 싸늘한 표정도 짓는다"며 "재즈 연주자처럼 계산하지 않은 연기도 한다. 변주가 많은 귀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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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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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을 사랑 영화로 규정하면서 각자의 20대를 떠올리길 바란다고 했다.

"'사랑은 이러저러한 것이기 때문에 이건 사랑 영화입니다'라고 규정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사랑이란 단어로 설명하지 않으면 딱히 적절한 게 없습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문장은 이것이에요. '그해 여름, 그는 태어나 처음 사랑에 빠졌다. 처음엔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때로는 혼란스러웠으며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사랑했었다.'"

encounter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4일 18시16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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