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눈과 귀'를 잡아라…반도체 다음 승부처는 센서

1 week ago 3

인공지능(AI)이 현실화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자 경쟁의 장이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센서로 바뀌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두뇌뿐만 아니라 눈과 귀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센서 없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현실세계를 인지·판단할 수 없다. 특히 피지컬 AI가 고도화할수록 센서가 늘어나고 기능이 개선돼야 한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센서 강자를 보유한 국가들이 일찌감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센서산업을 ‘전략 자산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피지컬 AI 핵심 된 센서

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15일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2585억달러(약 375조원)인 글로벌 센서 시장은 2034년 5279억달러(약 766조원) 규모로 두 배 가까이 커진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웨어러블·전자기기 수요 증가와 사물인터넷(IoT) 및 자동화 시장 확대로 센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지컬 AI 시대의 필수 부품으로 주목받는 센서는 빛, 열, 소리, 압력 같은 물리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한다. 인간에게 눈, 코, 입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시장에 이미 공개된 피지컬 AI에는 다양한 센서가 적용됐다. 자율주행차에는 차량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이미지 센서가 기본 사양처럼 들어가고, 휴머노이드 로봇 손과 얼굴에는 촉각·힘·토크 센서 수십 개가 장착된다.

로봇 성능이 고도화할수록 센서 종류와 수요도 늘어난다. 열 분포를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 무게를 감지하는 센서, 고정밀 온도 감지 센서, 가스·공기질 센서, 바이오 센서 등 다양한 핵심 제품이 사람처럼 움직이고 판단하는 피지컬 AI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단일 센서가 아니라 다량의 센서를 결합한 ‘패키지 구조’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결합하는 것처럼 센서 또한 여러 종류가 하나의 모듈에 합쳐져 고도화되는 것이다.

AI 학습을 위한 새로운 데이터 인프라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 심’은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데이터를 반복 생성해 AI를 학습시킨다. 현실에서 확보한 센서 데이터가 가상 공간에서 수만 배 확장돼 데이터 생산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소수 기업이 장악한 시장

센서산업은 반도체 인프라처럼 전략 자산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가와 기업 간 피지컬 AI 기술 경쟁이 격화하고 있지만 센서 공급망은 아직 소수 업체가 틀어쥐고 있다.

이들 회사는 미국과 EU에서 오랜 시간 노하우를 쌓아왔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 부품을 결합해 만든 멤스(MEMS) 센서, 관성측정장치(IMU) 등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아나로그디바이스는 전류·자기 센서 부문에서 절대 강자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존재감이 큰 네덜란드 NXP는 최근 이 기술을 피지컬 AI에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공급망도 이들 소수 기업이 틀어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3강’ 되려면 센서 필수

한국도 ‘AI 3강’을 목표로 정부 차원에서 피지컬 AI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산 의존도가 높고 국내 센서 생태계 규모가 영세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센서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이 협회에 가입된 센서 기업 118곳 중 81.4%인 96곳은 직원이 100명 미만이다. AI 모델 지원에 집중한 나머지 센서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배정된 예산도 끊기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방위산업 등 제조 생태계가 갖춰진 만큼 센서산업을 육성할 환경은 조성돼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박효덕 한국센서산업협회장은 “센서는 후발주자가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여서 한번 선두가 정해지면 격차가 빠르게 벌어진다”고 했다.

센서 강국들은 국가 차원에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발표한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을 통해 반도체와 센서를 함께 육성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제조 기업이 로봇·AI용 센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구조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양자 등 첨단 센서 기술을 핵심 기술로 분류하며 차세대 국방·우주·정밀 산업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중국도 2024년 발표한 ‘미래산업 혁신 발전 실시의견’에서 스마트 제어·센싱을 6대 미래 산업 발전 분야에 포함시켰다.

강해령/이영애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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