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가 결정된다… 선수 1인당 전지훈련비 평균 3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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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1.13 08:59 수정2026.01.13 08:59

한 해 농사가 결정된다… 선수 1인당 전지훈련비 평균 3000만원

추위 피해 해외로...선택 아닌 필수 선투자
항공권·트레이너 비용 등 모두 선수 개인 몫
고환율 탓 미국 등에선 최대 5000만원까지
금액 부담 커지면서 전훈지 선정에 더 고민
이시우 코치 “더운 곳보다 선선한 곳 선호”

3000만원. 프로 골퍼 한 명이 동계 전지훈련에 쓰는 평균 비용이다. 시즌 개막 전, 아직 상금 한 푼 벌기 전에 선수들이 먼저 감수해야 하는 돈이기도 하다. 겨울을 건너뛰면 시즌 전체가 흔들린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는 선수들은 ‘한 해 농사’를 결정할 전지훈련에 기꺼이 거액을 지불한다.

동계 전지훈련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투어 생존을 위한 ‘선투자’가 됐다. 1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에서 만난 박현경은 “이번 6주간 전지훈련에 총 3000만원 이상이 든다”면서도 “과거보다 비용이 늘었지만 자신을 위한 투자라 전혀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박현경이 1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 연습을 하고 있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박현경이 1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 연습을 하고 있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골프 전지훈련은 축구·야구 등 팀 스포츠의 전지훈련과 다르게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한다. 항공권 비용과 숙소 이용 요금, 코스 및 훈련장 사용료, 레슨비 등 모두 개인의 몫이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할 땐 해당 인원의 비용까지 모두 지불해야 한다. 훈련 기간이 길어지거나 미국·호주 등 물가가 비싼 지역에서 진행할 경우 비용은 4000만~5000만원까지 치솟는다고도 한다.

부담스러운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해외로 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지훈련 기간은 스윙 교정을 포함해 한 시즌을 설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박현경 박지영 배소현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등을 포르투갈 현지에서 지도하고 있는 이시우 코치는 “전지훈련에서 한 해 농사가 결정된다”며 “스윙과 샷 메이킹, 코스 매니지먼트, 쇼트게임, 체력 등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시간이 사실상 이때뿐이라 선수들도 큰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전지훈련을 떠난다”고 강조했다.

1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 쇼트게임 연습장에서 박현경과 이시우 코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1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 쇼트게임 연습장에서 박현경과 이시우 코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최근 고환율 등으로 비용 부담이 더 커지면서 전지훈련을 둘러싼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따뜻하고 싸면 된다’는 접근에서 벗어나, 같은 돈을 쓰더라도 더 높은 훈련 효율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경쟁이 본격화됐다. 선수 개인의 지출이 늘어난 만큼 아카데미와 코치진 역시 전지훈련지 선정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빅피쉬골프아카데미의 전지훈련지 변경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이 코치는 지난해까지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일대를 중심으로 전지훈련을 진행해 왔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안정적인 훈련 여건 덕분에 많은 선수들이 베트남을 거쳐 갔다. 그러나 올해는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수들에게 더 나은 훈련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코치는 전지훈련지 선정을 위해 지난해 9월 직접 포르투갈로 넘어와 사전답사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을 제외하면 36홀 코스, 드라이빙 레인지, 숙소, 체력단련실, 식당 등을 차량 이동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며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인 만큼 선수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게 아카데미의 몫”이라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 쇼트게임 연습장에서 빅피쉬골프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시우 코치, 박현경, 배소현, 김가희, 박지영, 고정원.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1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 쇼트게임 연습장에서 빅피쉬골프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시우 코치, 박현경, 배소현, 김가희, 박지영, 고정원.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비용을 지불하는 선수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됐다. 지난해 베트남 호치민 전지훈련 당시 예상치 못하게 높은 기온 탓에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박현경은 뜨거운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된 이후 지난해 내내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이 코치는 “전지훈련은 너무 더운 곳보다 선선한 곳에서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기온이 적당히 낮아야 선수들이 지치지 않고 회복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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