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부부의 날’, 결혼 60주년을 넘기신 부모님을 떠올린다. 부부란 단순히 사랑으로 맺어진 사이를 넘어, 생(生)이라는 험난한 항해를 함께하는 전우이자 동업자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 금혼식 식사 때, 어린 손주가 “두 분 엄청 사랑하시나 봐요”라고 묻자, 온 가족이 한바탕 웃은 기억이 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다. 두 분의 60년은 결코 화창한 봄날 같지 않았다. 오히려 혹독한 겨울이 더 길었다. 1980년대 초, 아버지의 방황으로 집안이 산산조각 날 뻔한 위기가 있었다. 어린 나는 방문 밖에서 숨을 죽인 채, 가족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고아로 자라 가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머니는 자식들을 당신처럼 키우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가정을 붙들었다.
여러 시련을 통과하며 부부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단단한 공동경영진이 됐다. 아버지가 전국 산천을 따라 벌통을 옮기며 ‘생산’을 맡았다면, 어머니는 계주를 하고 대출을 보태 1983년 후암동에 작은 집을 마련하는 등 ‘자산 관리’를 맡았다. 아버지가 망치질로 지하실과 옥탑방을 고쳐 공간을 만들면, 어머니는 그곳에 세를 놓고 하숙을 치며 다시 교육비로 재투자하는 치열한 ‘가정 경제학’을 실천했다.
두 분은 서로의 부족함을 평생 ‘수리’하며 살았다. 아버지의 손재주는 낡은 집을 수리했고, 어머니의 강인한 생활력은 무너진 마음을 보수했다. 10년 전 어머니가 대장 절제술을 받았을 때, 의사가 “누가 이렇게 속을 썩였냐?”고 묻자 어머니는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남편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입원 기간 내내 딸들이 아니라 아버지의 병간호만 받으셨다. 지난주 아버지는 전이된 림프선암 제거 수술을 받으셨다. 언니들이 번갈아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는 동안, 여든여섯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아카시아 철에 가장 걱정하는 벌통 곁을 지키셨다. 아버지는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벌통을 지키겠다며, 퇴원 후에도 바로 벌통을 보러 다니신다. 그렇게 두 분은 지금도 서로의 곁과 벌통을 함께 지키고 있다.
변호사로 일하며 수많은 이혼 소송을 본다.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에 대해 이혼을 선택하는 과정은 시리고 아프다. 하지만 그 역시 가족이 불행에서 벗어나 더 행복해지기 위한 절실한 선택임을 깨닫게 된다. 손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물었지만, 결혼은 뜨거운 열정보다 긴 인내와 깊은 동지애로 유지되는 것임을 배우게 된다.
젊은 날의 상처는 흉터가 됐지만, 그 흉터조차 이제는 서로를 지탱하는 무늬가 됐다. 완성된 적 없는 인생이라는 집을 두 분은 60년 내내 함께 고치며 살아왔다. 결혼이란 완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함께 유지 보수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부부의 날, 나는 기꺼이 서로의 인생에 동업자가 되어 살아낸 두 분께 깊은 존경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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