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단어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문장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직접 목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에게 그 순간은 성동구에서 ‘경력단절여성’을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꾼 날이었다. 단어 하나가 달라지자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시선의 변화는 곧 정책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돌봄의 시간은 공백이 아니라 가장 치열한 노동 현장이었고, 그 시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수많은 여성의 삶과 경험이 쌓여 만든 결론이었다. 그래서 2021년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경력보유여성 존중 및 권익 증진 조례’를 제정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언어를 통해 사람의 가치를 다시 정의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변화가 드디어 국가의 법이 됐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성평등기본법’과 ‘여성경제활동법’ 개정안이 통과돼 법령 속 용어가 ‘경력단절여성’에서 ‘경력보유여성’으로 바뀌었다. 누군가에게는 단어 하나의 수정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랫동안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그 변화란 “당신의 경력은 결코 끊긴 적이 없다”는 선언이었다. 성동구에서 시작한 변화가 더 이상 한 지역의 실험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기준이 됐다는 사실은 깊은 감동이었다. 변화는 느리고 외롭지만, 옳은 방향은 결국 흐름이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조례를 공포하며 나는 “사소하지만 큰 변화를 꿈꾼다”고 적었다. 현실을 지우자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가려 온 능력과 가능성을 제대로 바라보자는 취지였다. 단 두 음절의 변화로 여성의 삶이 ‘단절’이 아니라 ‘연속’으로 기록되기를 바랐다. 이번 법 개정은 그런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상징이다.
성동구의 변화는 단어 수정에서 멈추지 않았다. 구청장 명의의 ‘돌봄 경력인정서’를 발급하고, 일정 기준의 돌봄 시간을 최대 2년까지 경력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경력인정 위커리어(WE CAREER)’ 프로그램과 ‘경력보유여성 취·창업교육’을 327명이 수료했고, 128명이 취·창업에 성공했다. 이런 정책은 지속적으로 전국으로 확산돼 34개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조례를 도입했고, 마침내 국회가 법으로 확정했다. 긴 여정 끝에서 비로소 사회적 인정이 제도적 확신으로 이어졌다.
필수노동자법,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지역상권법)에 이어 성동구 조례에서 출발한 정책이 국가법으로 확장한 사례가 하나 더 늘었다. 작은 변화를 세심하게 발견하고 제도의 언어로 확장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임을 다시 깨닫는다.
우리가 바꾼 것은 단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보는 기준이다. 이 변화가 멈추지 않도록, 작은 변화가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나는 앞으로도 현장에서 묵묵히 이어갈 것이다.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변화를 향해.

21 hours ago
2
![[부음] 백창기(전 현대제철 대표이사)씨 별세](https://img.etnews.com/2017/img/facebookblank.png)

![[5분 칼럼] ‘조진웅 논란’에 대한 親與의 해괴한 옹호론](https://www.chosun.com/resizer/v2/BDHLHSUNZZECXOWDOJW5EY57MM.jpg?auth=fa382ee1bd97850604dec9b0b7d64ad4da657a91e25b9b88cd621884ad5152cf&smart=true&width=289&height=413)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