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직업 특강을 가면 학생들은 여러 질문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지, 변호사의 장점은 무엇인지, 돈은 얼마나 버는지 묻는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내가 새내기 변호사 시절, 선배 변호사에게 한 질문이다.
“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요.” 선배는 잠시 생각하더니 예상하지 못한 답을 했다. “진행 중인 사건의 의뢰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무렵의 나는 그 말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법률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사건을 분석하고, 법리를 세우고,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당시 나는 선배 변호사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사건을 맡고 있었다. 법인 야유회가 있던 날이었다. 버스 출발 전 대통령이 위중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버스에 탑승하며, 제발 무탈하시길 기도했다.
버스가 출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TV 속 자막이 흘렀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그 순간 오래전 선배가 했던 말이 내게 헤아릴 수 없는 무게로 돌아왔다. 진행 중인 사건의 의뢰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의뢰인은 대개 가장 힘든 순간 변호사를 찾아온다. 형사사건이든 민사사건이든, 가사나 행정 문제든 자신의 삶을 흔드는 문제 앞에서 도움을 청한다. 사건은 짧게 끝나지 않는다. 긴 시간 함께 고민하고 버티며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변호사는 법만 다루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한 사람의 두려움을 듣고, 불안을 견디고, 긴 시간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 결국 변호사의 일은 법률대리인이 되는 것을 넘어, 의뢰인의 한 편이 돼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마음, 더 헤아리지 못했다는 미안함, 더 좋은 길을 찾지 못했다는 자책이 오래 남았다.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는 유서의 말씀을 따르고 싶었지만 법률가로서의 무력감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거리마다 노란 리본이 나부끼던 그해 봄, 나는 오래도록 자책과 눈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훗날 대통령님께 못다 한 마음을 담아 “당신의 무죄를 믿습니다”라는 글귀를 작은 박석에 새기며 나만의 이별을 고했다.
부족한 막내 변호사였지만, 회의실에서 가까이 마주한 그분의 모습은 삶의 이정표로 남아 있다. 우리 사회 발전을 향한 진심, 기록물 보존을 통해 역사 앞에 당당하고자 한 가치와 노력은 내게 큰 배움이었다. 변호사 특강에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차마 솔직하게 답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이 지면을 통해 처음 꺼내놓는다. 변호사는 법을 다루는 사람이다. 그러나 때로는 한 사람이 버텨내는 시간을 함께 견디는 사람이어야 한다. 오래전 선배 변호사의 그 말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진행 중인 사건의 의뢰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것은 변호사가 겪는 가장 큰 슬픔 중 하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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