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늘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팬데믹이 그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랬다. 트럼프발 관세 충격과 중동 무력 충돌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혼란은 가라앉고 모두 설명 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 순간에는 누구도 쉽게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출렁이는 에너지 가격, 재점화한 인플레이션과 흔들리는 금리 전망, 환율 변동성까지 서로 얽히며, 시장은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 속에 있다. 불확실성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시장의 기본조건에 가까워졌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시장의 변동성도 커진다. 변동성이 커지면 그것을 기회로 삼고 싶은 유혹도 강해진다. 시장이 흔들릴 때 예측이 맞으면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때는 시장을 이해했다고 과신하는 순간이다. 때로는 놀랄 만큼 정확히 예측이 맞아떨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방식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오랜 시간 자본시장의 부침을 지켜보며, 불확실성 시대에 투자자를 지켜주는 것은 ‘예측’보다 ‘원칙’이라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우리는 언제나 예측을 벗어나는 상황에 직면한다. 시장이 급등락할 때마다 순간에 집착하다 보면 결국 감정에 휘둘리기 쉽다. 흔들릴 때 다시 돌아갈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원칙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우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의 범위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수익만 바라보고 투자하면 시장이 흔들릴 때 쉽게 무너진다. 반대로 감당 가능한 위험 수준을 알고 있으면 오래 버틸 수 있는 자산 배분이 가능해진다.
투자에 들어갈 때만큼 나올 때의 기준도 중요하다. 어느 수준에서 차익을 실현할지, 비중을 줄이기 시작할 손실 범위에 관한 원칙을 미리 정해 둘 필요가 있다. 위기의 순간에는 냉정한 판단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는 “왜 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11세 아이에게 2분 안에 설명할 수 없다면 사지 말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많이 투자했는지가 아니다. 기업의 사업구조와 경쟁력, 미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이해하고 투자 이유를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투자 기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투자 기간과 자산 규모,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은 모두 제각각이다. 자신의 여건과 성향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합리적인 투자원칙을 세워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평온한 시장에서는 누구나 원칙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급락하거나, 모두가 낙관에 취해 있을 때도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결국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투자자는 ‘예측’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확실한 순간에도 자신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사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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