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연구원, 새 2차전지 전극 제조기술 개발…생산비 낮추고 오염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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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개발한 전극을 활용해 파우치형 전지를 제조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전극을 활용해 파우치형 전지를 제조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등과 함께 새로운 2차전지 전극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습식 공정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건식 공정을 제안했다.

2차전지 전극 제조 방식은 용매 사용 여부에 따라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 습식 공정은 용매에 녹인 바인더를 접착제로 사용해 전극 재료가 균일하게 섞인다는 장점이 있다. 바인더는 전극 활물질(전기를 저장하는 재료)과 도전재(전기를 흐르게 하는 재료)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붙잡아주는 고분자 소재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이 양극 활물질을 생산한다. 도전재는 동진쎄미켐 등이 생산하고 있다.

2차전지 전극 습식 공정은 신뢰도가 높고 성능 확보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유독성 유기용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건조 및 회수 등 공정에 들이는 시간이 길어 생산 비용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 건식 공정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건식 공정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공정 속도가 습식보다 상대적으로 빠르다. 환경오염 우려도 적다. 바인더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으로 대체한다. PTFE는 프라이팬 코팅에 쓰는 소재다. 섬유처럼 늘어나 재료를 물리적으로 붙잡는 성질이 있긴 하지만, 바인더보다는 아무래도 성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건식 공정에서는 전극 재료를 균일하게 혼합하기 어렵고 혼합 강도가 낮아 배터리 성능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연구진이 개발한 2차전지용 다중섬유구조 PTFE 바인더 공정 개념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2차전지용 다중섬유구조 PTFE 바인더 공정 개념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에너지연 연구팀은 건식 공정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중 섬유 구조의 PTFE 바인더’를 구현했다. 소량의 바인더를 먼저 투입해 일차적으로 혼합시켜 활물질과 도전재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미세한 실 형태의 섬유망을 만들었다. 이후 나머지 바인더를 추가로 넣어 반복적으로 혼합해 굵고 튼튼한 밧줄 형태의 섬유 구조를 만들었다. 바느질을 여러 번 덧댄 것을 연상하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 섬유망은 활물질과 도전재 등 구성 물질들을 균일하게 분산시켜 반응 효율과 배터리 성능이 높아졌다. 또 섬유가 전극 전체를 단단하게 묶어 전극의 강도와 기계적 안정성을 높였다. 양산 단계에 필수적인 내구성을 강화한 것이다.

성능 평가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건식 전극은 ㎠당 10.1 밀리암페어시(mAh) 용량을 나타냈다. 이를 적용한 파우치 형태의 리튬 음극 배터리셀은 kg당 349와트시(Wh) 에너지 밀도를 냈다. 250Wh 내외인 상용 전극보다 40%가량 높은 수치다. 흑연 음극을 적용한 파우치셀은 kg당 291Wh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해 동일 조건의 습식 공정 대비 20%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에너지연 관계자는 “건식 전극의 난제였던 전기화학적 균열과 내구도 약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독자적 공정을 확립했다”며 “2차전지, 전기자동차 산업 경쟁력 제고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톱전략연구단과 창의융합연구사업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성과는 글로벌 학술지 ‘에너지 환경 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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