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ISS) 제43차 장기체류단의 사령관을 맡았던 테리 버츠가 정거장의 큐폴라에서 바라본 부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냈다.
"삼성그룹도 일본 미쓰비시처럼 우주 사업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주 관련 제품을 판매하거나 연구 과정에서 파생 지식(spin-off)도 얻을 수 있겠죠."
미국 유인우주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가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온 지난 10일(현지시간) 테리 버츠 전 국제우주정거장(ISS) 사령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버츠 전 사령관은 2000년 우주비행사로 선발돼 17년 간 미 우주항공국(NASA)에서 일한 베테랑 우주인이다. 2010년 우주왕복선 인데버(Endeavor)호에 탑승해 처음으로 우주를 경험했고, 2015년에는 ISS를 지휘했다. 우주에서 보낸 시간은 213일에 달한다.
버츠 전 사령관은 아르테미스 2호의 발사를 보며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아르테미스 2호의 추진체인 우주발사시스템(SLS) 개발에도 참여했다. 다음은 버츠 전 사령관과의 일문일답.
■ 최근 아르테미스 2호 발사로 인해 바쁘실텐데요
“상상하시는 대로 쉴 새 없이 바쁩니다. 지금은 보스턴 메사추세츠대(MIT에)서 열리는 우주 컨퍼런스에 참석 중이죠.”
■ 한국과도 인연이 깊으시다고요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오산 공군 기지에 주둔한 적이 있습니다. 정수기 회사인 청호나이스 광고를 찍었던 재미있는 기억도 있죠.”
■ 우주에 처음 가셨을 때가 기억나시나요
“제가 첫 우주왕복선 임무를 맡았을 때에요. 창 밖을 봤을 때 우주선이 달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가고 있었죠. 새벽 4시에 발사해 북대서양 상공을 지나며 해가 뜰 때 지구의 푸른 대기를 보며 ‘처음 보는 완전히 새로운 파란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진에 있던 액체 산소와 수소가 얼어붙어 얼음 조각이 조종석을 맴돌았고, 햇빛이 비치자 반짝였죠. 무중력 상태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들은 어떤 풍경을 봤을까요
“아르테미스 2호 비행사들이 보는 풍경은 당시의 저와는 많이 다를 겁니다. 저는 40만㎞ 밖에서 달을 봤지만, 그들은 달을 지나 반대편으로 넘어갔으니까요. 저는 과거 일식 때 달의 그림자가 북대서양 위에 검은 원으로 봤습니다. 정말 멋졌죠. 그들은 달 뒤편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거대한 달 주위에 둘러싸인 엄청난 태양 고리를 보는, 정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을 거에요.”
■ 이번 임무는 인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먼저 아폴로 17호 때처럼 캡슐을 시험하고 달 주위를 도는 시험 비행이라는 기술적 의미가 있습니다. 훨씬 더 큰 의미는 ‘영감’에 있습니다. 나쁜 소식으로 가득 찬 요즘 세상에 정말 반갑고 좋은 소식이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고 희망을 얻었을 겁니다.”
■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달 탐사까지 54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이 지구 궤도에서 활동하는 우주왕복선 제작에 집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위성 발사, 우주 정거장 건설, 허블 망원경 관리 등에 초점을 맞췄고, 다른 어떤 나라도 달에 가려 하지 않아 오랫동안 방치됐습니다. 베트남 전쟁, 석유 파동 등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2004년에야 탐사 비전이 다시 제시됐지만, 잘못된 기술적·정치적 결정과 자금 부족으로 시간이 지연됐죠.”
■ 아폴로 시절의 기술이나 암묵적 지식이 끊겨서 어려움이 클 것 같습니다
“지식의 단절은 큽니다. 당시 아폴로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이미 은퇴했죠. 50년이라는 공백은 너무 길었으며, 진작 시작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조직 내 기술과 노하우가 사라지지 않도록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 유인 우주 임무는 왜 중요한가요
“사람이 탑승해 산소, 물 공급 등 생명 유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하죠. 또 비상 상황이나 고장이 발생했을 때 사람이 현장에서 직접 고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오리온 캡슐에 사람이 타고 달 표면에는 로봇 착륙선을 보내는 등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게 될 겁니다.”
■ 2016년까지 NASA에 계시면서 아르테미스 임무의 초기 단계에도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저는 2011년에 SLS(우주발사시스템) 담당 연락관으로 일하며 로켓 개발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아르테미스 로켓이 달로 향하는 것을 보며 우리가 마침내 해냈다는 생각에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강력하고 거대한 SLS 로켓의 다음 발사는 꼭 직접 가서 볼 생각입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인이 탄 캡슐인 오리온과 추진체인 SLS 로켓으로 구성돼있다.
■ 내년 아르테미스 3호 달 착륙 계획이 궤도 비행으로 변경됐습니다. 달 착륙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애물은 착륙선 설계입니다. 현재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두 곳의 설계가 있는데, 스페이스X의 착륙선은 높이가 50m에 달할 정도로 너무 크고 무겁고 복잡합니다. 궤도에서 연료를 가득 채운 스타십 12척을 통해 연료를 보충해야 하고, 1.5도만 기울어진 지면에 착륙해도 쓰러질 위험이 있습니다.”
■ 대안이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블루 오리진처럼 연료 보급이 적고, 짧고 뚱뚱해서 착륙이 쉬운 단순한 착륙선이 낫다고 봅니다. 우주비행사는 캡슐을 타고 발사된 후, 달 궤도에서 별개의 착륙선으로 옮겨 타서 달 표면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이 우주 탐사의 미래라는 말로 들립니다
“스페이스X는 단순히 우주뿐만 아니라 AI, 스타링크 등을 아우르는 삼성이나 제네럴일렉트릭(GE)같은 거대복합기업이 돼가고 있습니다.”
■ 우주기업이 상업적 성과를 내기에는 오래 걸린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현재 지구 관측 위성을 운영하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는 고객의 75%가 군 및 정보기관 등 정부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 3억700만달러,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5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제 흑자를 내는 수익성 있는 민간 기업이죠.”
■ 우주 기업은 어떻게 육성해야 하나요
초기에는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며 자금을 투자해야 하지만, 미친 아이디어를 가진 25세 엔지니어들이 있는 혁신적인 민간 기업과 협력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 한국에서도 일론 머스크같은 우주 기업의 선구자가 나올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똑똑한 한국인이 많으니 어딘가에 분명 ‘엘론 김’, ‘엘론 박’, ‘엘론 최’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30년 전 복무할 때 성장 중이던 한국은 이제 미국보다 더 현대적인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우주 프로그램을 갖는 것은 한국에게 훌륭한 다음 단계입니다. 우주 프로그램이 탄탄한 국가가 곧 부유한 국가입니다.”
■ 어떤 기업이 한국의 스페이스X가 될 수 있을까요
“삼성 같은 대기업에 우주 사업부가 생긴다면 경제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본 미쓰비시가 자동차, 광업, 기술뿐 아니라 우주 로켓과 위성 부품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죠. 우주선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의 지식은 다른 제품과 산업으로 파생 효과를 냅니다.”
■ 미국은 막대한 민간 자본이, 중국은 정부 지원이 우주산업의 바탕을 이룹니다. 한국이 경쟁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미국, 일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강점’ 하나에 집중해야 합니다. 캐나다가 로켓이나 위성 대신 ‘로봇 팔’이라는 특기에 집중한 것처럼 말이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타 행성 탐사용 센서나 로봇 공학 분야에 집중한다면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통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군사용 미사일이나 항공기에 쓰이는 이중 용도 기술로서의 센서도 좋은 분야입니다.”
■ 한국인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을까요
“아르테미스는 국제적인 임무입니다. 캐나다 우주비행사도 이번에 참여했고요. 유럽은 서비스 모듈을 담당했죠. 조만간 한국인도 참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한국이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남아있는 기간을 활용해야 합니다. 액시엄(Axiom)이나 보이저 스페이스 같은 상업 회사에 약 5000만 달러를 지불하면 민간 우주비행사를 보낼 수 있습니다. 직접 로켓이나 훈련 시설을 만들 필요 없이 그들에게 훈련받고 2주간 ISS에 머물며 과학 실험을 할 수 있죠. 이 기회를 잡으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ISS는 2030년 임무를 마치고 폐기된다.
■ 한국인 우주인 이소연씨가 임무 후 미국으로 이민해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합니다. 소유즈 우주선을 탔었죠. 인재 유출을 막으려면 공군 장교를 선발해 군에 남게 하거나, 5년 동안 대학에서 가르치거나 우주국에서 일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게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 미국이나 한국 모두 정치적 변화가 우주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구조가 필요할까요?
“우주 기관은 철저히 비정치적이어야 합니다. 트럼프의 프로그램이나 바이든의 프로그램이 돼서는 안 됩니다. 다음 대통령이 전임자를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프로젝트를 취소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현실적으로 완벽히 정치와 분리되긴 어렵더라도, 양당의 성향을 초월한 국가 차원의 기관이어야 합니다. 다행히 미국 의회는 다른 문제가 엉망일 때도 우주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편입니다.”
■ 미래의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한국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저는 어릴 적 아폴로호의 달 착륙 기사를 읽고 우주비행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에게나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절대 스스로에게 ‘안 돼’라고 말하지 마세요. ‘할 수 있어’라고 말하세요.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한국 정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상업 우주 프로그램에 가입하거나, 미국으로 건너와 시민권을 따는 방법, 심지어 헤지펀드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 티켓을 사는 방법 등 길은 아주 다양합니다. 자신의 길을 찾고 열심히 노력하되, 그 첫 번째 단계는 절대 자신을 미리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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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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