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사이엔 ‘코스를 탄다’는 말이 있다. 지역과 지형, 잔디 종류에 따라 스코어 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까닭이다. 고지원 역시 고향 제주와 양잔디에서 유독 강한 ‘특수 지형 전문가’로 통했다. 지난해 8월 삼다수 마스터스 생애 첫 승과 11월 에쓰오일 챔피언십 우승을 모두 제주에서 일궈냈다. 그에게 ‘한라산 폭격기’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4년 차를 맞은 고지원이 이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5일 경기 여주 더 시에나 벨루토CC(파72)에서 끝난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더 시에나 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다. 고지원은 중지 잔디 위에서도 송곳샷과 정교한 쇼트게임, 정확한 퍼트를 앞세워 생애 첫 ‘육지 코스 정복’에 성공했다.
고지원은 이번 대회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내 시즌 첫 승이자 5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거뒀다. 그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기록했지만 전날까지 부지런히 타수를 줄인 덕분에 단독 2위 서교림(12언더파 276타)의 추격을 한 타 차로 따돌렸다. 첫날부터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우승상금 1억8000만원(총상금 10억원)을 챙긴 고지원은 대상 포인트와 상금 순위 모두 2위로 뛰어올랐다.
이날은 3.8m로 끌어올린 그린 스피드와 까다로운 핀 위치가 선수들을 괴롭혔다.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가 단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코스 난도가 높았지만 고지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전날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린 그는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전반 내내 파 행진을 이어가며 선두를 지켰다. 승부처였던 후반 11번 홀(파5)에선 세 번째 샷을 홀컵 1m 거리에 붙여 첫 버디를 낚았다.
위기 상황에선 강한 멘털도 빛났다. 고지원은 13~14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서교림에게 한 타 차까지 쫓기며 위기를 맞았으나 무너지지 않았다. 이어진 16번홀(파5)에서 3.2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홀에 떨어뜨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17번홀(파3) 보기에도 우승 전선에는 이상이 없었다.
육지 코스 첫 승을 일궈낸 고지원은 언니 고지우와 통산 우승 횟수(3승)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는 “까다로운 핀 위치 때문에 18홀 내내 긴장하면서 쳤는데, 우승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앞으로도 언니와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14세의 어린 나이로 추천 출전해 깜짝 돌풍을 일으킨 김서아(신성중2)는 우승 경쟁 끝에 공동 4위(9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여주=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프로야구] 12일 선발투수](https://r.yna.co.kr/global/home/v01/img/yonhapnews_logo_1200x800_kr0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