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윤 칼럼] 지방선거, '진짜 민원' 해결할 후보를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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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윤 칼럼] 지방선거, '진짜 민원' 해결할 후보를 뽑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곧 시작된다. 내일(29일)과 모레(30일) 이틀 동안 사전투표를 하고 다음달 3일 본투표를 실시한다. 광역자치단체장 16명, 기초자치단체장 227명, 광역의회의원 933명, 기초의회의원 3035명, 교육감 16명을 뽑는다. 국회의원 14명을 선출하는 재·보궐 선거도 같은 날 열린다.

한국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처럼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시행한 적이 없다. 주민의 자발적인 정치활동 경험도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민주주의를 ‘대표자를 뽑는 선거’로 인식하게 됐다. 국민 손으로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인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반면 민주적 의사결정으로 문제를 푸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숙하다. 익명성이 높은 도시에서는 국민의 80~90%가 자기 동네 의원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나머지 국민 10~20%는 그 의원과 친분이 있거나 민원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기초의회의원은 휴대폰, 문자 등을 통해 민원을 주로 접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정해 달라거나 횡단보도 앞에 대형 파라솔을 설치해 달라는 등 주민 생활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아파트 커뮤니티, 지역 맘카페 등에서 동일한 내용의 민원 문자가 수십~수백 건씩 쏟아져 들어오는 사례도 있다. 사무실로 찾아와 막말을 쏟아내거나 화를 내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농어촌에서는 얼굴을 아는 사람이 많아 소통이 비교적 잘된다. 이해충돌도 많지 않다. 농로 포장, 용수로 정비, 가로수 설치 등 마을 정비사업과 관련된 민원이 많다. 예산 확보도 비교적 쉽다.

광역의회에는 재개발, 재건축, 과밀학급 해소, 학교 신설, 교통 인프라 확충 등 이해관계가 얽힌 민원이 많다. 서울시의회 공식 민원 접수 창구인 신문고에 들어온 민원은 지난해 4000건에 달했다. 이 중 70%가량이 도시계획 및 재개발·재건축 관련이다.

지방 의회에 민원이 활발하게 접수되는 것은 지방자치 발전에 긍정적이다. 민원을 기초로 해 주민 의사를 수렴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조례를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국민의 직접적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문제는 낮은 투표율이다. 직전 지방선거(2022년) 투표율은 50.9%에 그쳤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제3회 지방선거(2002년 48.9%) 후 가장 낮았다. 지자체장 선거와 함께 치뤄 이 정도 투표율이나마 지키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무투표 당선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기초 자치단체장 3명, 광역의원 108명, 기초의원 305명, 비례제 기초의원 97명 등 모두 513명이 307개 선거구에서 투표 없이 당선된다. 전체 선출 인원의 12%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후보 한 명을 내 무투표 당선되는 ‘2인 선출 선거구’는 71곳이다. 두 거대 정당이 사이좋게 한 자리씩 나눠 먹는다.

‘텃밭’으로 여기는 지역에서는 싹쓸이 공천을 했다. 민주당은 호남 중심으로 104개 2인 선거구, 국민의힘은 영남 중심으로 112개 2인 선거구에서 각각 2명을 공천했다. 이 가운데 무투표 당선되는 선거구는 139곳(민주당 68곳, 국민의힘 71곳)이다. 양극화된 정치 지형을 활용한 ‘다 먹겠다’ 선거 전략이다.

이런 정치권 행태를 없애려면 지방선거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는 정치 성향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맞다. 지방 의회는 그렇지 않다. 국민의 일상적 실생활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다. 정치적 성향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주민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고충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선거부터 지방 의원에게 투표할 때 소속 정당은 보지 않고, 서민 삶과 직결되는 ‘진짜 민원’을 얼마나 잘 해결할 사람인지 따져보는 것은 어떨까. 지역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후보자라면 지지하는 정당 소속이 아니라 하더라도 선택해보는 것이다.

지역 문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방 의회 중요성도 새삼 느껴진다. 그러면 투표율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정치적 양극화도 완화될 수 있다. 우리의 조그마한 행동지침 변경이 세상의 큰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를 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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