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민 "숫자보단 손맛과 감각…틀 깨는 플레이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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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5시즌 상금왕을 차지한 홍정민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내년에는 한국여자오픈에서 2년 연속 ‘메이저 퀸’을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5시즌 상금왕을 차지한 홍정민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내년에는 한국여자오픈에서 2년 연속 ‘메이저 퀸’을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LPGA 제공

지난 3월 태국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5시즌 개막전 블루캐니언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홍정민은 충격의 커트탈락을 했다. 그런데 기분이 꽤 괜찮았다고 했다. “후반에 퍼팅에서 뭔가 감을 잡았어요. 그래서 엄마를 만나자마자 ‘나 올해 (총상금) 10억원 넘길 거야!’라고 했죠.”

어머니는 “예선도 떨어져 놓고 무슨 자신감이야”라며 웃어넘겼지만 홍정민은 그 말을 지켰다. 다음 대회인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위브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시동을 건 그는 5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강자로 우뚝 섰다. 8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는 29언더파로 우승하며 ‘72홀 최소타 우승’ 기록까지 세웠다. 올 시즌 3승, 총상금 13억4000만원으로 상금왕, 공동다승왕까지 거머쥔 한 해, 최근 경기 안성에서 만난 홍정민은 “팬들의 예상을 깨는 새로운 골프로 오래 기억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남이 가지 않은 길? 두렵지 않아”

홍정민은 KLPGA투어에서 보기 드문 ‘보법이 다른’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 적수가 없을 정도로 최강의 기량을 뽐내며 ‘리틀 박세리’로 불렸기에 프로 데뷔 이후 신인왕, 대상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였다. 2021년 정규투어에 데뷔했지만 신인왕을 놓쳤고, 첫 승은 이듬해 2년 차에야 거뒀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시절, 공황장애로 남모를 아픔을 겪기도 했다. 홍정민은 “제 앞날에 대한 계획을 세세하게 세워두는 스타일이었는데 첫해부터 완전히 벗어났다”며 “부상, 아픔 등을 겪으며 지금 이 순간 건강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의 스윙은 한국 여자 골퍼 특유의 예쁘고 반듯한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올해 최소타 우승 기록이 보여주듯 승부를 거는 데는 최적화돼 있다. 그는 “코치의 조언, 시뮬레이터 숫자는 참고만 할 뿐 감각을 가장 신뢰한다”고 설명했다. “저는 의심이 많아 기계의 숫자도 믿지 않아요(웃음). 매 샷 공이 놓인 잔디, 바람, 경사가 다르잖아요. 제 감이 확실해야 매 순간 필요한 샷을 할 수 있죠.” 그는 “감각적인 플레이로 예상치 못한 곳을 찌르는 재미를 만들어내고 싶다”며 싱긋 웃었다.

예상치 못한 모습은 경기장 밖에서도 나온다. 실수에도, 버디에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돌부처’라고 불리는 그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순간이 있다. 10월 놀부·화미마스터즈 우승 세리머니에서다. 임금을 연상하게 하는 용포를 입고 주최사 놀부의 보쌈이 가득 차려진 상을 받은 홍정민은 유튜버처럼 손바닥을 내밀어 보쌈을 보여준 뒤 복스러운 ‘먹방’을 선보였다. 자칫 숙연해질 수 있는 세리머니였지만 홍정민의 장난기 덕분에 명장면이 됐다. 홍정민은 “저도 처음 해보는 세리머니였지만 대회를 열어준 후원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에 흥을 끌어올려 봤다”고 돌아봤다.

◇“내년엔 한국오픈 따내고파”

이제 홍정민은 새로운 ‘커리어 하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여름 갑작스러운 알레르기로 충분한 경기력을 펼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며 “올겨울 체력 훈련으로 내년 시즌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꼭 얻고 싶은 타이틀은 한국여자오픈이다. 그는 “올해 메이저 우승을 처음으로 해봤는데 ‘메이저 퀸’이라는 타이틀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며 “한 번 더 그 이름을 얻고 싶다”고 다부지게 밝혔다.

보법이 다른 홍정민답게 골퍼로서 관심사도 남다르다. 그는 “피팅을 꼭 배워보고 싶다”고 밝혔다. “저에게 꼭 맞는 클럽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지난여름 2주 휴식기 동안 피팅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알레르기 때문에 못 했어요. 그래도 저울은 샀어요(웃음). 언젠가는 꼭 배워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처럼 제 클럽에 다양한 실험을 해보려고 해요. 그래도 공을 소금물에 담그지는 않을 거예요(웃음).”

안성=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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