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AI 시대, 자소서보다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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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서류심사의 1차 관문인 자기소개서다. 취업 시즌이 되면 지원하는 회사가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수십 장씩 자소서, 혹은 ‘자소설’을 써야 한다. 취업에 성공한 합격 자소서를 1만∼2만 원에 사서 참고하거나, 건당 10만∼20만 원을 주고 첨삭 지도를 받는다. 하지만 자소서 공포증도 옛말이 돼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자소서를 써내는 지원자가 늘면서 자소서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안 보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AI의 등장으로 기업들의 입사 전형이 바뀌고 있는데, AI가 잘하는 문서 작성 능력의 중요도는 낮아지고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이나 사고력을 검증하는 면접과 동아리 활동 스펙은 중요해졌다. 컴퓨터활용능력과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시험 응시자가 줄어든 이유다. 영어도 문법과 독해 위주의 토익 점수보다는 말하기 시험 성적을 요구한다. 영문 서류 작성은 AI에 맡기면 되지만 해외 바이어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회화 실력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취준생 입장에선 자격증 같은 정량 평가보다 정성 평가가 더 부담이 된다. 취업에 유리한 동아리들의 경우 결석하면 벌금을 물리거나 결석일수가 누적되면 퇴출시킬 정도로 내부 규율이 엄격해졌다고 한다. 특히 직무면접과 인성면접은 평가 기준이 모호한 탓에 ‘면까몰’, 즉 ‘면접은 (당락 여부를) 까볼 때까지 모른다’는 말들을 하며 부담스러워한다. 또래 취준생들과의 면접 스터디만으론 불안한 취준생들은 회당 20만∼40만 원을 주고 면접 컨설팅을 받는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날로 늘고 있다. 취업 컨설팅 비용,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 수강료, 카페나 스터디룸 이용료 등 1인당 연간 취업 사교육비가 455만 원이다(잡코리아 2025년 조사). 4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배로 늘었다. 요즘은 원하는 기업에 가려고 재수 삼수를 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무전무업(無錢無業)’, 돈이 없으면 취업도 안 되는 세상이고, ‘엄빠은행’, 즉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못 받는 흙수저가 대기업에 입사하는 건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돼가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취업률이 100%에 가까운 일본 대학생들은 ‘내정 블루(우울증)’를 앓는다고 한다. 기업들의 입도선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르게는 신입생 때부터 취업이 ‘내정’된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불안감과 회사원이 된다는 중압감을 느끼는 현상이라고 한다. 한국 취준생들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20대 고용률이 58.4%인 한국 젊은이들은 ‘존재통’, 존재하는 것만으로 아픔을 느낀다. 취업하면 절로 나을 병인데, 존재통이 성장통이 아니라 불치병이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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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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