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돌아온 패닉 "음악 인생 재조립한 듯…속이 다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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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재치·삐딱한 반항기 여전…'왼손잡이' 등 히트곡에 떼창

김진표 "어린 친구들은 '쇼미 아저씨'로 알아…50대에도 랩 하겠단 목표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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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이적·김진표)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99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누린 듀오 패닉이 20년 만에 다시 뭉쳐 단독 콘서트로 팬들을 찾아왔다.

번뜩이는 재치와 해학, 무엇보다 세상의 부조리에 굽히지 않는 삐딱한 반항기. 싱어송라이터 이적(52)과 래퍼 김진표(49)는 어느덧 그 자신이 기성세대가 됐지만, 무뎌지지 않은 날 선 감각과 뜨거운 에너지로 약 2시간 30분에 걸쳐 관객을 열광시켰다.

패닉은 지난 1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PANIC IS COMING)에서 "속이 다 시원하다. 이런 것을 하고 싶었다"며 "추억 소환뿐만 아니라 음악 인생을 재조립한 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995년 데뷔한 패닉은 총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달팽이', '왼손잡이', 'UFO',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등의 히트곡을 냈다. 이들이 국내에서 패닉이란 이름으로 연 마지막 콘서트는 2006년이었다.

탄탄한 중저음으로 감각적인 노랫말을 풀어낸 이적과 랩·색소폰을 선보인 김진표라는 두 청년의 이질적인 조합은 1990년대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현대인의 '그늘'과 사회적 편견을 은유적으로, 혹은 직설적으로 꼬집은 가사는 30년이 지나도록 잊히지 않고 회자했다.

이적은 "패닉의 20년 만의 공연이 너무나 소중하다"며 "그리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뜨겁게 맞아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엄청난 복"이라며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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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이적·김진표)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진표는 엠넷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쇼미) MC를 제외하고는 오랜 기간 무대에 오르지 않은 탓에 관객에게 큰 반가움을 안겼다. 그래서인지 그가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객석에선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진표는 "제가 랩을 했다는 것을 모르는 젊은 친구들도 많다. 저를 '쇼미 아저씨'로 알더라"며 "과거 인터뷰에서 '50대가 돼도 랩을 하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우리 나이로) 50세가 됐어도 랩을 하겠다는 목표를 이뤄준 소중한 무대"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객석 앞에 설치된 LED 전광판이 양옆으로 열리고, 두 멤버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막을 올렸다. '아무도', '숨은그림찾기', '태엽장치 돌고래' 등 추억의 노래가 이어졌다.

라이브 밴드의 생생한 연주는 이적의 쩌렁한 보컬, 김진표의 힘 있는 랩과 어우러져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전문 공연장에서 두 사람이 빚어내는 소리가 넘실대는 파도가 돼 객석을 휘감는 듯했다.

이적은 "저희가 패닉으로 공연을 연다고 하니까 다들 '정말이냐, 농담이 아니냐'며 믿지 못하셨다"며 "2006년 봄 올림픽홀에서 열린 '렛츠 패닉'(Lets PANIC) 공연 이후로 딱 20년 만에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LG아트센터에서 이렇게 소리 지르는 공연을 여는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것 같다. 다들 비명을 지를 때는 소년, 소녀 같다"며 "사실 지난해가 패닉 데뷔 30주년이었지만, 이를 강조하면 너무 늙어 보여서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고 농담을 건넸다.

김진표는 "20년 만에 회오리치는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패닉은 잔혹동화를 연상시키는 '어릿광대'와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욕설 섞인 사회 비판적 가사가 돋보이는 '마마'(Mama)와 '벌레' 등의 무대에선 세월을 거슬러 청춘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관객들도 쉬지 않고 두 팔을 든 채 떼창과 환호로 호응했다.

이미지 확대 패닉의 이적(좌)과 김진표(우)

패닉의 이적(좌)과 김진표(우)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 있는 랩을 쏟아내던 김진표는 이날 공연에 아들, 딸, 조카까지 왔다고 했다. 그러자 이적은 '마마'가 부모를 비판하는 노래라는 점을 의식한 듯 "아들이 '파파'라는 노래를 내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학교 다닐 때 패닉의 문제작 같은 노래를 숨어서 듣거나, 방송반에서 몰래 틀어서 학생부로 끌려가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이적)

패닉은 공연 후반부와 앙코르에서 '달팽이', '로시난테', '왼손잡이' 등 익숙한 히트곡을 잇따라 들려줬다.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 마지막 꿈속에서 /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 줄 바다를 건널 거야∼'

이적이 피아노를 치며 '달팽이'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내지르자, 무대 한 편에서 김진표가 색소폰 연주로 낭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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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이적·김진표)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관객들은 앙코르곡 '왼손잡이' 무대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일어나 방방 뛰거나 춤을 추며 '난 왼손잡이야∼ 나나 나나 나나나 나나나∼'라고 입 모아 떼창을 했다.

패닉은 16일부터 19일까지 총 4회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관객을 만났다. 기다림이 컸던 만큼, 공연은 순식간에 전석 매진됐다.

이적은 '정류장'과 '달팽이'를 부르기에 앞서 "(패닉 공연을) 다시 할까요?"라며 "저희가 원래는 공연을 이번만 일회성으로 하려고 했는데, 장담은 드리지 못하겠지만 (다른 공연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팬들을 기쁘게 했다.

ts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19일 21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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