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중심으로 홍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3일 새 확진자 수만 100명에 육박하며 사실상 방역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양상이다. 미국이 26년 만에 ‘홍역 퇴치국’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회의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 기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홍역 확진자 수는 31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기준 확진자 수는 185명이었는데 일주일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7~9일 사흘 동안에만 99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보건부에 따르면 확진자의 대부분은 5~17세 사이 아동 및 청소년이었고, 5세 미만 그룹이 그 뒤를 따랐다.
확산세는 주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인접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연관 감염 사례가 확인된 건 물론, 사우스캐롤라이나와 거리가 먼 애리조나, 유타, 오하이오주 등지에서도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보고되고 있다. 린다 벨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 감염학자는 “홍역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경우 격리 대상이어야 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백 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공공 노출 장소가 점점 더 많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홍역이 이 같은 규모로 유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홍역 확진자는 2000명을 넘겨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한 해 전인 2024년(285명)과 비교해 7배 가량 폭증한 수치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보름도 되지 않아 한 주에서만 확진자 수가 2024년 미국 전체 확진자 수를 넘기며 사실상 방역 통제 불능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지 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이 2000년 선언했던 ‘홍역 퇴치국’ 지위를 이번 유행으로 인해 영구히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고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대규모 홍역 유행의 원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백신 정책 변화가 지목되고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부 장관으로 등판한 이후 백신 불신 풍조가 제도권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CDC는 지난 5일 아동 필수 예방접종 권고 대상을 기존 17개에서 11개로 대폭 축소했다. 그동안 케네디 장관이 주장해온 ‘백신 안전성 전면 재검토’ 기조가 반영된 결과다.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대 국립열대의학대학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에 달성한 미국의 홍역 퇴치국 지위는 사실상 끝났고 우리는 지금 1980년대로 퇴보하고 있다”며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려는 정치적인 의지가 결여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홍역 유행을 시작으로 소아마비 등 미국에서 사실상 퇴치됐던 전염병이 다시 창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정책이 백신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고 있는 만큼 각종 전염병에 대한 아동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톰 잉글스비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장은 “CDC가 필수 접종 백신을 줄인 건 바이러스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허가증을 내준 꼴”이라며 “현재 사태는 공중 보건을 정치화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4 weeks ago
7



![[세상풍경]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 모시기](https://img5.yna.co.kr/etc/inner/KR/2026/02/11/AKR20260211078800546_02_i_P4.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