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쇼'에 절망…김우영·박정훈 의원, 둘 다 사과하라 [기자수첩]

1 month ago 10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국감장이 또 한 편의 '쇼'가 됐다. 국정은 사라지고 '한주먹 거리'만 남았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하라고 만든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은 오늘도 목소리 높여 싸웠다. 과학과 방송, 통신 등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이야기다.

..

사태의 발단은 욕설 문자였다. 앞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과방위 국감 중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 내용에는 "이 찌질한 놈아"라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 휴대전화 번호도 함께 유출됐다.

김 의원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12·12 군사반란을 언급하면서 "제가 12·12 내란 행위에 대해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특정 의원에 대해 그와 연관된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했다. '전두환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라고 특정했더니 그 당사자가 저에게 개인적으로 이런 문자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서 박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욕설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깊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다만 김 의원에게는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다"고 했다. 그는 "(김 의원이) 제 전화번호까지 공개해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의 표적이 됐다. 전화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과거 소회의실 멱살 잡힘 사건 등 감정의 골이 이미 깊었던 배경도 있다.

두 의원 다툼은 16일 국감에서 다시 불을 지폈다. 결국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기자단 퇴장을 요청하며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와중에도 박 의원과 김 의원은 다시 고성을 주고받았다. "한주먹 거리", "너 내가 이겨" 같은 말이 오갔고, 회의장은 순식간에 싸움터로 변했다. 국정감사는 멈췄고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침묵 속 자리를 지켰다.

문제는 누가 먼저 욕설을 했느냐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서로를 모욕한 것도, 상대 전화번호를 공개한 것도 분명한 잘못이다. 정치의 기본은 품격이고 공인의 말 한마디는 공적 자산이다. 두 의원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과방위는 이름 그대로 과학과 방송, 통신을 논의해야 할 곳이다. AI 산업 전략, 보안 사고, 글로벌 경쟁력 같은 국가 의제가 쌓여 있다. 하지만 올해 국감은 시작부터 정쟁과 신상공방으로 점철됐다. 회의는 멈췄고 국민의 신뢰는 또 한 번 무너졌다.

"기자 나가달라"는 외침 속에 중계 화면은 꺼졌다. 국민은 투명한 국감을 볼 권리를 잃었다. 남은 건 싸움의 잔상뿐이다. 정치의 품격이 사라질 때 견제의 의미도 함께 사라진다. 과방위가 과방쇼가 된 현실은 그 자체로 부끄럽다. 국민은 웃지 않는다. 이 쇼의 티켓값은 세금이기 때문이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포토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