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공지능(AI)이 사람처럼 현실 세계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려면 결국 로봇지능이 핵심입니다. 로봇의 몸체가 하드웨어라면 로봇지능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두뇌’ 역할을 합니다.”
박세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사진)은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ETRI 창립 50주년 기념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4년부터 30여 년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지내며 통신 네트워크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연구·교육에 매진해온 정통 학자 출신이다. 지난 20일 제11대 원장에 취임한 이후 첫 화두로 피지컬 AI를 제시한 박 원장은 “로봇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실증 작업이 시작됐다”며 “ETRI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지컬AI, 미래 먹거리 낙점
올해 50주년을 맞은 ETRI는 한국의 대표 ICT 연구기관이다. 1976년 설립된 뒤 통신·반도체·AI·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을 연구해 기업이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왔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을 비롯해 여러 ICT 주요 기술이 ETRI의 연구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ETRI는 다음 50년을 위한 핵심 기술로 피지컬 AI를 꼽았다. 챗GPT 같은 챗봇이 글과 이미지를 읽고 답하는 AI라면 피지컬 AI는 그 지능을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설비에 입혀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게 하는 AI다. 박 원장은 “휴머노이드 외에 다른 형태의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로봇지능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루드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35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15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이 공략할 수 있는 시장도 17조3000억~25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로봇지능의 비중은 약 30%로 추정된다.
◇9월 로봇지능 모델 첫 공개
ETRI가 내놓을 피지컬 AI 전략의 첫 성과물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 유력하다. 여러 분야에 특화된 로봇지능을 하나로 묶어 로봇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능을 꺼내 쓰도록 하는 ‘메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이 기반이다. 사람으로 치면 여러 전문 지식을 하나의 두뇌 안에서 연결해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박 원장은 “올해 9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v1.0과 데이터셋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산·학·연·정의 유기적인 협업을 당부했다. 그는 “피지컬 AI는 센서·액추에이터·엣지 컴퓨팅·거대 모델·안전 설계까지 넓은 기술 스택이 맞물려야 하는 만큼 어느 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풀 수 없는 과제”라며 “현장 데이터와 산업계 수요, 정부의 정책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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