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VC) 10곳 중 8곳은 K스타트업에 글로벌 경쟁력에 '낙제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기술 격차보다 글로벌 확장 경험 부족이 한계로 분석됐다.
3일 벤처 데이터 분석 플랫폼 스타트업레시피가 국내 주요 VC와 액셀러레이터(AC) 20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4.2%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통 이하(3점 이하)'로 평가했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확장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제 진출 역량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대형 VC 대표는 "해외 법인을 이끌 리더로 현지 네트워크가 탄탄한 인재를 확보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 격차도 있지만 그보단 스타트업의 실행력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탑티어 인재 확보,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매출을 목표로 하는 '데이원' 전략, 해외 시장에 대한 구조적 이해 등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VC들은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 분야로 로보틱스, 피지컬 AI(85%, 중복응답 허용)를 꼽았다. 응용 서비스, 디지털헬스케어(각 65%)가 뒤를 이었다. AI 투자 역시 활발해 전체 투자 30% 이상을 AI 스타트업에 집행했다는 응답이 79%에 달했다. AI 집중 투자현상에 대한 우려도 발견됐다. 응답자의 절반(50%)이 AI 쏠림현상에 대해 우려된다고 답했다. 적절한 수준이라는 응답은 40%,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0%였다. 투자 결정 기준으로는 팀과 시장성(95%) 외에 확실한 수익모델(85%)이 중요한 조건으로 꼽혀 실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이 강조됐다.
응답한 VC 중 68.4%는 올해 투자를 지난해보다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1.6%였다. 올해 국민성장펀드 등 대규모 정책 자금이 풀리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응답자의 63.2%는 정부 정책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스타트업레시피는 "일부 투자자는 올해가 성장 정점에 가까운 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드러냈다"며 "시스템 차원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짜 투자 빙하기를 다시 맞을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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