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 두 명의 일본인 과학자가 연달아 노벨상을 받으면서 일본 열도가 축제에 휩싸였다.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특임교수가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조절T세포’ 존재를 발견한 공로로,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가 ‘금속-유기 골격체’ 연구에 기여한 성과로 각각 노벨생리의학상과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면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출신 대학이다.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도쿄대가 아니다. 사카구치 교수와 기타가와 교수가 나온 교토대다. 일본 전체 노벨상 수상자 31명 가운데 교토대 학부 및 석박사 출신이거나 교토대에서 교수 생활을 한 이른바 ‘교토대 학파’는 21명에 달한다. 일본 노벨상의 약 70%를 교토대가 기여한 셈이다.
김성재 서울대 소프트파운드리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5일 “노벨상을 배출하려면 일본처럼 아예 존재하지 않는 분야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며 교토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이 노벨상을 많이 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며 “남들이 이미 닦아 놓은 길에서 속도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하지 않은 영역을 묵묵히 구축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독창적인 분야에 지적 호기심을 갖고 끈기 있게 추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교토대 학풍을 노벨상의 비결로 꼽았다. ‘남들 다 하는 연구는 하지 말라’는 교토대의 분위기가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인 두 명의 노벨상 연구는 독창적이어서 초기에는 비판받기도 했다”며 “과학의 세계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이 많고 나중에 응용할 곳이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교토대를 치켜세웠다. 사카구치 교수는 비주류 면역학의 최전선에 섰던 ‘괴짜 교수’로, 일본 내에서도 그의 노벨생리의학상을 예상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유망 분야를 정부가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단기 성과만 촉구하는 풍토가 강하다. 이 때문에 노벨상 배출이 어렵다는 지적이 연구 현장 곳곳에서 제기돼왔다. 김 소장은 “일본은 정부가 특정 전략 기술을 정해서 유행처럼 몰아붙이지 않는다”며 “연구자가 호기심을 느끼는 분야를 묵직하게 연구하게 내버려둔다”고 했다.
소프트파운드리연구소의 운영 방침도 연구자들의 호기심 도출에 방점에 찍혀 있다. 그는 “연구소가 ‘이걸 하라, 저걸 하라’고 특정 분야를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전공과 관심을 가지고 서로 만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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