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함께 서학개미의 ‘최애’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인 팰런티어의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가 14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을 비롯해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대표,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등 기업인 4명과 각각 25분씩 ‘전략적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팰런티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아메리칸 팩토리’를 구현하는 데 선봉 역할을 하는 빅테크다. 한·미 군사동맹 ‘업그레이드’ 전략에도 깊이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카프 CEO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팰런티어의 한국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검증된 ‘실행 AI’의 선구자
‘페이팔 마피아’의 수장으로 불리는 피터 틸이 9·11 테러에 충격을 받고, 미국을 수호한다는 일념으로 카프 등과 함께 2003년 창업한 회사가 팰런티어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방부를 비롯해 각군과 주요 정보 기관이 팰런티어의 초기 고객사다. 엔비디아가 AI 학습에 필요한 반도체를 설계한다면, 팰런티어는 챗GPT·클로드 같은 AI 모델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경기장’과 ‘규칙’을 기업·기관을 위해 만들어 주는 기업이다. 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실행형 AI’를 즉각 구현해 준다는 점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이에 필요한 데이터의 발굴·학습을 통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얘기다.
팰런티어가 미국을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한국 기업과의 교류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HD현대와 스마트 조선소 설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대표 사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전략이 성공하려면 노동력을 최소화한 신개념 조선소 건설이 필수”라며 “현재 팰런티어는 HD현대와 무인수상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한국의 조선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트윈 도입 등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이 군함 등 전략 자산을 한국 조선사에 발주하려면 팰런티어처럼 보안에 특화된 AI 솔루션 기업의 개입이 필수다.
◇한국 진출 서두르는 이유
HD현대와의 협업 외에 팰런티어는 LIG넥스원과 첨단 방위산업 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수율 개선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날 국내 기업인과의 미팅이 금융·항공·철강·전력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팰런티어의 확장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날 구자균 회장은 카프 CEO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사업 수요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을 LS일렉트릭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는 KT가 올해로 두 번째 주최하는 ‘AX 리더 서밋’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하지만 작년과는 형식이 상당히 달랐다.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는 “회사별로 미팅이 진행됐고, 모든 미팅은 극비리에 이뤄졌다”며 “각 기업의 AX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팰런티어 특유의 행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밋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체계적이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팰런티어가 현재 가장 크게 주목하는 분야는 국방이다. 한국 방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팰런티어가 인재 양성에 특화돼 있다는 점도 한국 정부에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방 분야 AI 전문가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을 간파한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팰런티어를 비롯해 미국의 AI 빅테크는 한국의 제조 데이터를 보물 창고로 여긴다”며 “팰런티어가 물밑에서 한·미 동맹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면 국내 기업 솔루션 시장에 상당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최지희/강경주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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