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1.6만개 시스템 등급 개편 착수…전문가 “DR 안정적 재원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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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정보시스템의 중요도 등급(A1~A4)을 취합하고 최종 확정 작업에 들어갔다. 대형 행정망 마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재해복구(DR) 체계 고도화의 핵심 밑그림이 될 전망이다.

올해 행정안전부 주도로 물꼬를 튼 공공 DR 구축 사업은 이번 등급 심의가 최종 확정되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를 맞이하며 시장 규모와 참여 기관이 올해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발맞춰 정부의 안정적 예산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각 기관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평가해 제출한 1만 6000여개 정보시스템의 중요도 등급이 대다수 취합됐다. 이는 지난 4월 행안부의 '전국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등급 체계 재분류' 조치 일환이다. 행안부는 조만간 민간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등급심의위원회'를 통해 각 기관이 제출한 결과를 검증하고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등급 개편은 과거 단순 사용자 수 중심에서 벗어나 국민 영향도를 최우선 가치로 반영해 산정했다.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사용자 수는 적지만 국민 일상에 직결된 서비스의 복구가 지연됐던 경험을 전면 반영한 결과다. 등급이 최종 확정되면 국가 핵심 시스템인 A1 등급(실시간~1시간 이내 복구)부터 A2(3~12시간), A3(1~5일), A4(최대 3주)까지 등급별 복구 목표 시간이 의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어떤 시스템을, 어느 수준까지 반드시 복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귀책 기준이 세워지면서 공공 분야 DR 도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제도 정착의 신호탄으로 가동된 올해 사업의 경우, 행안부는 약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총 140여 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DR 구축을 추진중이다. 정부 핵심 시스템 3개에 적용된 실시간 동기화 '액티브-액티브' 방식을 비롯해 핵심 액티브-스탠바이 10개, 지자체·공공기관 중심의 스토리지 기반 DR 120여 개가 그 대상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올해 사업이 등급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진행된 '선도 성격'에 가깝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확산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전국 공공 인프라의 등급 표준이 마련된 만큼, 강제 규정에 맞게 상위 등급(A1~A2)으로 체계를 고도화해야 하는 공공 시스템의 모수 자체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등급제 전면 개편은 제도적 강제성을 갖는 만큼, 일선 지자체와 공공기관들 역시 자체적인 DR 예산 편성과 선제적인 투자 수요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급증하는 공공 분야의 DR 고도화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각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등급제가 현장에서 겉돌지 않고 가동되려면, 기관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재정 당국의 전향적인 결단이 맞물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IT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공공 DR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모의 훈련과 동기화가 수반되는 상시 서비스형 인프라”라며 “현장의 선제적인 투자 수요를 예산 당국이 과감한 재정 확대로 든든하게 받쳐주는 구조가 확립돼야만 디지털 정부의 안전성과 국가적 재난 복원력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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