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구 경제부 기자 “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가 굵직한 대책을 빠르게 많이 내놓아 현기증이 난다고 할 정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올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부처 업무 보고에서 이렇게 자신 있게 밝혔다. 여기에 주식시장 체질 개선 방안의 핵심 기조가 담겨 있다. 제도 개선의 ‘속도’를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도 “반드시 필요한 (체질 개선) 조치는 저항이 있더라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만큼 주식시장 체질 개선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 속도에 진심이다. 제도 개선 실무를 맡은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장폐지 대상 기업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 300억 원, 코스닥 200억 원으로 각각 높이는 조치의 시행 시기를 내년 1월에서 올 7월로 앞당겼다. 금융위와 거래소의 속도전은 2일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강화된 시총 기준에 못 미쳐 자동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 국내 상장사 2곳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이다. 법원은 제도의 시행 시기를 내년 1월에서 올 7월로 앞당기면서도 기업이 대응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을 주로 지적했다. 법원 결정으로 거래소의 시총 기준 강화에 따른 정리매매 등의 상장폐지 절차는 줄줄이 중단됐다. 거래소는 본안 판결 전까지 상장폐지 절차를 유예하기로 했다. 시장의 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이 거래소를 상대로 ‘줄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부실기업 퇴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준 상향 시기를 앞당긴 조치에 오히려 발목을 잡힌 셈이다. 금융위와 거래소가 주식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속도를 중시하다가 암초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후 4∼8시 열리는 ‘애프터마켓’ 개설 등 주식 거래시간 연장 조치는 정보기술(IT) 시스템 준비 부족과 증권업계의 반발로 기존 계획보다 3개월 늦춘 올 9월 14일부터 시행했다. 오전 7시∼7시 50분 진행되는 ‘프리마켓’은 아예 내년 말로 미뤘다. 금융위와 거래소가 제도를 바꾸기 전에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증권업계 내부에서 쏟아졌다. 속도가 빠르면 반작용도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올 5월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이미 올 7월 금융위기 수준에 맞먹는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을 경험하며 당국이 주도하는 ...
[광화문에서/지민구]한국 증시 체질 개선, 속도보다 신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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