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GOP 인력 75% 줄이고 기술전문 모병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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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 기자간담회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해 다영역 합동작전 전문가 양성
GOP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으로 전환
우주 AI 등 기술집약형 전문사관 5만명으로 확대

작년과 올해 이란 공습에서 중심에 섰던 미국 노스럽그루먼의 스텔스 핵폭격기 'B-2 스피릿'

작년과 올해 이란 공습에서 중심에 섰던 미국 노스럽그루먼의 스텔스 핵폭격기 'B-2 스피릿'

국방부가 현재 2만2000여 명 수준인 최전방 일반전초(GOP) 근무 병력은 75%를 감축한다. 대신 센서와 인공지능(AI), 로봇을 토대로 한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전환한다. 아울러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고 기술집약형 전문부사관 5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인공위성과 드론 같은 우주 자산이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력으로 떠오른 점을 감안해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안 장관은 "현대전은 우주전과 전자전, 사이버전"이라며 "보병과 포병, 지원부대라는 과거 양상을 넘은 새로운 전쟁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값싼 드론으로 고가의 첨단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비대칭적' 양상이 대세가 됐다고 했다.

안 장관은 징병제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에 초점을 맞춘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겠다고 이날 설명했다. 선택적 모병제는 직업군인 체제가 아니라, 장병들의 기술 전문성 강화에 방점을 둔 제도다.

안 장관은 "기술 집약형 부사관이 5만명 정도는 양성돼야 한다"며 "전역 이후에도 직업과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산업 현장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선택적 모병제는 우주, 인공지능(AI), 양자, 사이버전 등 각 분야에서 4~5년간 복무한 뒤 전역 또는 장기복무 전환 의사에 맞춰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안 장관이 언급한 선순환 구조는 기술 집약형 부사관 전역자가 한화그룹, LIG넥스원 등 우주 방위산업 기업에 취직하려 할 때 채용 우대 규정 등을 신설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GOP 근무 체제에도 대전환을 예고했다. 안 장관은 "GOP 선상에 2만2000여 명의 병력이 있는데 AI 기반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구축해 6000명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1만6000여명)는 전환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험프리스를 롤모델로 GOP 부대를 재편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캠프험프리스는 세계 최대 미군 기지로 의식주 등이 한 곳에서 해결되는 하나의 소도시다. 안 장관은 "GOP 경계 작전의 개념을 선형 위주에서 지역방어 위주로 바꾸는 설계를 하고 있다"면서 "강원 춘천 2군단을 상대로 이를 시험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쟁 인프라, 우주 자산이 좌우

안 장관이 우주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군 병력 조달 체계 개편을 강조한 것은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드론과 우주 인프라의 위력이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란전에선 값싼 샤헤드 드론이 고가의 레이더 기지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교전과 사상자도 항시 드론 위주로 일어난다. 지난 4일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 강 인근 시장에서 러시아 드론의 습격으로 5명이 숨지고 14세 소녀를 포함한 21명이 크게 다쳤다. 한국으로 따지면 경기 파주나 일산에 있는 시장이 늘상 드론으로 공격받아 사상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드론의 타격 지점은 위성이 사전에 지정한 좌표에 따라 결정된다. 고성능 배터리와 함께 우주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이 보강된다면 드론의 실시간 경로 수정도 가능해진다. 한국 군이 추진하고 있는 3축 방어체계인 킬체인, 미사일방어체계(KAMD), 압도적 응징(KMPR)의 본질도 우주 기반 다영역 합동 작전이다.

정찰위성이나 조기경보위성, 관측위성, 고고도 무인 정찰기 등 우주 자산이 촘촘하게 깔려 있어야 북한 미사일이나 지휘부, 전력 자산을 타격하는 3축 체계가 비로소 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대지·지대지·함대지 미사일이나 패트리엇, 천궁-2 등 유도무기의 좌표를 정밀하게 설정하거나 변경하는 데에도 우주 자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번 이란 전쟁 초반에서 하메네이 핀셋 제거 작전에 동원된 팰런티어테크놀로지와 앤쓰로픽의 '전쟁 AI'도 우주 자산을 토대로 작동한다.

80년 전 유물 각군 사관학교, 통합해야

안 장관이 언급한 기술 집약형 부사관은 현재 이공계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모집중인 과학기술전문장교를 부사관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제1기 과학기술전문장교는 2020년 5월 18명이 처음 배출됐다. 모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3년 의무복무한 뒤 18명이 중위로 전역해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국내외 기관으로 진출했다. 국방부는 작년부터 석사 졸업자를 대상으로 과학기술전문장교 트랙을 확장했다.

안 장관은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 장관은 "80년 전 제도가 현대전에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육해공사관학교 신속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각군 사관학교는 1940년대 후반 설립됐다. 안 장관은 "1,2학년때는 기초 군사 소양을 배우고 3,4학년때 각군으로 이동해 (우주 기반) 다영역 합동 작전 등 현대전의 문법을 배우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급간부 처우 개선도 약속했다. 안 장관은 "첨단 과학기술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인재를 대우해야 군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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