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공급망 전쟁 시대, 한반도는 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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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연결 수요 충분…'남북 철도 연결' 구상·추진할 만

"주변국 참여하는 다자 형태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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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철도 노선도

[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이란 전쟁 여파로 전통의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세계 경제에 커다란 충격파가 미치자 각국이 안전한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위협받자 물류 차단 사태 재발 우려가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인도·태평양 안보협의체 '쿼드'(Quad) 회원국인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은 인도양과 이어지는 페르시아만과 홍해에서 항행 자유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해양 감시를 추진한다. 한국도 인도와 석유화학 원료의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 제품을 수출하고, 원재료와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여서 안전한 공급망은 국가 경제의 생명선과 같다. 무역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닦아온 기존 공급망 유지는 물론 좀 더 안전한 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대륙 연결 물류 수요가 충분한 점을 감안할 때, 남북과 유라시아를 잇는 철도망은 새로운 공급망 구축의 유력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남북 정부도 그동안 남북 철도망 구축에 대한 구상이나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을 포함한 남북·국제협력 사업 구상을 설명하며 협력과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대륙으로 가는 모든 철도와 도로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 개성공단 화물열차 운행 시작

개성공단 화물열차 운행 시작

(개성=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남측 문산역과 북측 봉동역을 오가며 개성공단 화물을 실어나를 경의선 열차가 운행을 시작한 11일 오전 북측 판문역에서 열린 기념행사가 끝난 뒤 화물을 실은 열차가 남측을 향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1951년 6월12일 서울-개성 간 운행이 중단된 이후 56년여 만에 경의선 열차가 남북을 가로질러 상시 운행되는 것으로, 지난 5월 시험 운행을 실시한 지 7개월만이다.200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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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한국 정부도 남북 철도 연결을 추진했지만, 북핵·제재·정권 교체 속에 번번이 좌초됐다. 북한 김일성 주석까지 1994년 사망 직전 '중·러의 수출품 운송 수익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남북 철도 연결의 경제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역행의 역사도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남북 교류와 대화가 단절됐고,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나왔다. 북한에서 중·러와 연결된 철도도 신의주-단둥(중), 남양-투먼(중), 만포-지안(중), 두만강-핫산(러) 등 4개의 노선 중 2개만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간 협력사업에 대한 공식 논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핵과 관련한 제재가 풀리는 글로벌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남북 철도를 기존의 남북 화해 사업 차원보다 '글로벌 공급망' 사업으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한국철도공사 이사회 의장을 지낸 안병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남북 철도를 연결하고 시베리아철도(TSR)·중국철도(TCR)와 잇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남북 교류보다 다자간 국제 협력 차원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북한 철도는 물류의 대부분을 떠맡으며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도 오랜 경제난으로 기반시설 투자나 개선 사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심하게 노후한 상태다.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과 추진하려던 공동 사업이 막대한 투자 비용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을 정도다.

안 연구위원은 "심각한 노후 상태인 북한 철도 현대화에 대한 투자는 한국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서는 것 같다"면서도 "갈 길이 멀지만 남북 철도에는 '봉인철도(외부 접촉 불가 열차)나 '콜드체인'(냉동 유통망) 등 다양한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중국 육상·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

중국 육상·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

[연합뉴스DB]

세계 물류 지도가 바뀌면서 한국의 공급망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로 바닷길이 막히고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를 지나는 노선마저 기피 대상이 되자 중국~유럽 연결 육상 실크로드가 급부상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은 위기에 노출되기 쉽다. 그렇다고 강대국 충돌의 교차로라는 지정학적 조건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한국은 지정학 때문에 늘 위기라고 말해왔지만, 공급망 시대에는 지정학 자체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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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5월28일 10시1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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