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가 바꾸는 미래 금융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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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가 바꾸는 미래 금융의 모델

은행 산업이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바뀌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은행 경쟁력은 단순히 AI를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를 얼마나 빠르고 깊게 ‘AI 중심’으로 재설계했는지가 결정할 것이다.

약 10여 년 전 ‘디지털 은행’이 등장하면서 은행 산업은 채널 혁신을 경험했다. 영업점 중심 구조는 빠르게 축소됐고 모바일 앱이 금융의 표준 채널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네오뱅크는 은행을 앱 기반 서비스로 재정의하며 금융 접근 방식을 바꿨다.

현재 진행 중인 AI 전환은 이 같은 채널 혁신과는 차원이 다르다. 은행의 의사결정 방식과 운영 메커니즘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 의사결정 기준이 되고, 그 기준이 시스템 규칙으로 구현된다. 이것이 다시 고객의 자산 흐름을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AI를 전기, 인쇄술, 컴퓨터에 비견할 만큼 중요한 기술 변화로 평가한다. JP모건체이스는 이미 500개가 넘는 AI 활용 사례를 축적했다. 은행 경쟁의 초점도 ‘AI를 사용하는가’에서 ‘AI 중심 조직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미래형 금융 모델을 ‘AI 풀뱅크’로 설명한다. 핵심 구조는 사람이 방향과 철학을 설계하고, AI는 실행을 맡으며, 연결된 자산이 그 위에서 이동, 증식하는 것이다. AI 풀뱅크에서 사람은 금융의 기준을 세우는 철학자이자 심사·가격·한도 같은 시스템을 규칙으로 옮기는 의사결정자, 고객의 생활 패턴을 관찰해 경험을 설계하는 디자이너, 여러 AI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터의 역할을 한다. 미국 소파이(SoFi)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소파이는 학자금 대출에서 출발해 전통 금융이 평가하지 못한 젊은 인재의 잠재력을 금융 기회로 연결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대출, 저축, 투자, 보험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고객의 경력, 소득 가능성, 금융 행동 등을 분석해 더 정교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풀뱅크는 고객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실제로 자금을 움직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3년 내 주택 자금 마련을 목표로 설정하면 AI가 소득과 지출을 분석해 투자와 저축 전략을 제안하고 계좌 이동과 투자 실행까지 수행한다. 은행이 예금과 대출을 제공하는 기관에서 벗어나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연결하고 이동시키는 ‘신뢰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DBS은행은 AI를 핵심 운영 인프라로 활용해 수백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런 변화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지난해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무산된 이후 금융권에서 재추진 논의가 일고 있다. 다음 인터넷전문은행은 처음부터 AI 중심 구조로 설계하고 고객 목표를 중심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AI 풀뱅크의 성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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