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중부대 교수자율주행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통신 인프라, 데이터 플랫폼 등이 결합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분야다. 정부도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을 통해 2027년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와 실증도시 조성,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방향이지만, 정책 초점은 상용화 시점보다 안전성 검증 체계에 맞춰져야 한다.
레벨4는 특정 지역과 도로, 기상 조건 등 운행설계영역(ODD) 내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중요한 것은 상용화 시기가 아니라 어떤 안전 기준과 책임 체계를 충족했을 때 운행을 허용할 것인가다.
자율주행은 도로 위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필수 시스템이다. 해외에서도 로보택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지만, 사고 대응과 정보 공개, 긴급상황 처리 능력이 부족할 경우 운행 중단과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결국 자율주행 경쟁력은 사고 발생 시 원인을 설명하고 책임을 규명할 수 있는 체계에서 나온다.
정부는 실증 확대와 안전 검증 체계를 동일한 비중으로 추진해야 한다. 실증 규모나 주행거리뿐 아니라 사고율, 긴급 개입 횟수, 원격제어 개입, 시스템 해제 빈도, 최소위험상태(MRM) 진입 성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데이터 투명성도 중요하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주행거리 통계가 아니라 실제 안전성에 대한 정보다. 이를 위해 데이터는 기술 개발용 데이터, 정부 검증용 데이터, 국민 공개용 안전 지표로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영업비밀은 보호하되 안전과 직결된 핵심 지표는 공개해야 한다.
보험과 책임 체계 역시 구체화해야 한다. 자율주행 사고는 운전자 과실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오류, 센서 오작동, 원격관제 실패, 인프라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원인에 따라 제조사, 서비스사업자, 운수사 등의 책임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피해자 보호와 산업 발전이 가능하다.
하드웨어(HW) 안전 기준도 간과할 수 없다. 레벨4 자율주행은 감지·판단·제어뿐 아니라 제동, 조향, 전원, 통신, 사이버보안, 비상정지 기능까지 통합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특히 고장 발생 시 차량이 스스로 안전한 상태로 전환하는 최소위험 상태 기능은 필수 요소다.
규제 완화 역시 신중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이나 복잡한 도심 교차로 등 고위험 환경에서는 규제 특례 확대보다 독립적 검증, 데이터 제출 의무, 사고 시 운행정지 기준 등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한국은 무리한 로보택시 경쟁보다 고속도로 물류, 산업단지 셔틀, 농어촌 교통서비스 등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을 먼저 입증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특히 교통취약지역 자율주행은 이동권 확대와 기술 실증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분야다.
자율주행 정책 목표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교통체계 구축이어야 한다. 정부는 상용화 연도나 차량 대수보다 안전성 검증 기준, 데이터 공개 수준, 사고 책임 구조, 긴급 대응 체계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자율주행 경쟁력은 가장 안전하게 검증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중부대 교수 hsy13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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