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크로스미디어 시대, 기술 기반 미디어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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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만 드래프타입 CSO양승만 드래프타입 CSO

광고 시장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였다. 좋은 카피와 영상, 캠페인 아이디어가 광고의 성패를 가른다고 믿어왔다. 여전히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는 중요하지만, 크로스미디어 시대의 광고 성과는 메시지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메시지라도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얼마나 반복해 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과거 광고주가 선택할 수 있는 미디어는 TV, 신문, 라디오, 잡지, 옥외광고, 포털 등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OTT, CTV, FAST TV, 유튜브와 숏폼, 버티컬 앱, 커머스 플랫폼, 리테일미디어, 게임, 모빌리티, 오프라인 공간 미디어까지 광고가 가능한 곳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광고주가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어느 매체에 집행할 것인가' '단가는 얼마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브랜드는 어떤 타깃에게 도달해야 하는가' '어떤 생활 동선에서 기억돼야 하는가' '몇 번 반복돼야 하는가'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다. 광고비는 단순 집행 비용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기획돼야 하는 투자기 때문이다.

글로벌 광고시장에서는 보통 미디어 에이전시가 이 역할을 담당해 왔다. 단순히 매체를 구매하는 조직이 아니라 광고주의 비즈니스 목표와 브랜드 목표를 미디어 목표로 바꾸고, 도달률과 빈도, 오디언스, 매체별 역할, 성과 측정 기준을 설계하는 전문가 역할이다.

한국 광고시장에도 미디어 기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종합광고대행사 안에도 미디어팀이 있고, 디지털 미디어렙과 퍼포먼스 대행사, 매체사와 렙사도 존재한다. 다만 여러 미디어를 중립적으로 비교하고, 브랜드 목표를 미디어 투자 구조로 바꾸는 전략 기능은 아직 독립된 전문 영역으로 충분히 인식되지 못했다.

디지털 광고의 성장은 이 흐름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검색광고, 소셜 광고, 쇼핑광고, 리타기팅은 구매 의도가 있는 소비자를 포착하는 데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수요를 전환시키는 일과, 아직 구매를 고민하지 않는 소비자의 머릿 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일은 다른 과제다.

이 지점에서 기술 기반 미디어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대시보드나 자동화 솔루션을 뜻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 데이터, 생활 동선, 매체별 도달 구조, 노출 빈도, 어텐션, 브랜드 리프트, 검색·방문·구매 신호를 종합해 '왜 이 매체가 필요한가'를 설명하는 판단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앞으로 광고시장의 경쟁력은 더 많은 매체를 보유하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복잡해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떤 매체를 왜 선택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광고주는 광고비를 단순 집행비가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로 바라봐야 하고, 대행사와 매체사는 매체 판매를 넘어 미디어 역할과 성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광고시장에도 이제 기술 기반 미디어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특정한 회사 형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크리에이티브, 퍼포먼스, 리테일, 옥외, 디지털, 데이터 분석이 분리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목표를 중심으로 다시 연결돼야 한다는 뜻이다. 크로스미디어 시대의 광고는 더 이상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나 하나의 좋은 매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소비자의 흩어진 주의와 복잡한 여정 위에 브랜드가 기억될 경로를 설계하는 일, 그것이 앞으로 미디어 전략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양승만 드래프타입 CSO jacob@draftyp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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