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본지 편집부에는 하루에만 수십 건을 넘는 보도자료가 온다. 대부분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 출시 관련 소식이다. 편집부는 이 중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 몇 개를 추려 기사화한다. 다만, 기업에서 보내준 보도자료 원문에는 전문 용어, 혹은 해당 기업에서만 쓰는 독자적인 용어가 다수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본지는 보도자료를 해설하는 기획 기사인 '뉴스줌인'을 준비했다.
출처: 삼성전자(2026년 6월 15일)
제목: 삼성전자, ‘삼성 아트 스토어’에 ‘아트 바젤 인 바젤 2026’ 컬렉션 공개
출처=삼성전자
요약: 삼성전자가 자사의 TV 전용 예술 구독 서비스인 '삼성 아트 스토어'에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인 바젤 2026' 컬렉션을 새롭게 공개했다. 세계 유수의 갤러리 8곳이 엄선한 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 24점이 포함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스위스 아트 바젤 현장에 직접 아트월을 설치하고, 비주얼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과 협업해 3차원 입체 패턴 베젤을 적용한 아트 TV '더 프레임 프로'를 하나의 조형 작품처럼 선보였다.
해설: 예전의 TV는 방송 콘텐츠를 시청할 때만 쓰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쓰임새가 없는 기기였지만, 최근의 TV 제조사들은 이러한 유휴시간을 활용하고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TV 액자화 서비스'다. 이는 TV를 시청하지 않는 대기 상태일 때, 검은 빈 화면 대신 유명 미술 작품이나 고화질 사진 등을 띄워 TV를 마치 거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테리어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초기의 TV 액자화 서비스는 단순히 TV에 몇몇 제한된 그림을 표시하는 '화면 보호기'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TV 제조사들은 구독 경제와 이를 결합해 보다 본격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 힘들어졌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기술 수준도 상향평준화 되었다. TV 액자화 서비스의 고도화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제조사들의 핵심 돌파구다. 한 번의 기기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매월 안정적인 구독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유의미한 빅데이터를 꾸준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은 삼성전자의 '삼성 아트 스토어'와 LG전자의 'LG 갤러리 플러스'다. 두 서비스 모두 거실을 갤러리로 바꿔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지향점에서 차이를 보이며 각자의 시장을 키우고 있다.
LG 갤러리 플러스는 고전 명화뿐만 아니라 트렌디한 현대 디지털 아트, 미디어 아트, 게임 일러스트 등 폭넓고 다채로운 시각적 콘텐츠를 다루는 데 강점이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초 디지털 예술 플랫폼 '세디션(Sedition)'과 협업해 맷 콜리쇼, 마크 티치너 등 국제적인 작가들의 디지털 예술 작품 300여 점을 독점 추가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공간 분위기에 맞는 배경 음악 재생 기능 등을 더해, 사용자가 직접 큐레이션에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캔버스'로서의 대중적 경험을 제공한다.
출처=삼성전자
반면, 삼성 아트 스토어는 전 세계 유명 미술관 및 갤러리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초프리미엄 정통 미술 큐레이션'에 집중한다. 검증된 명화와 현대 미술 작품을 엄선하여, 묵직하고 권위 있는 오프라인 미술관의 경험을 거실로 그대로 옮겨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발표는 단순히 특정 전시회의 작품 몇 점이 추가되었다는 사실을 넘어, 이 'TV 액자화 서비스'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지고 거대해졌는지를 시사하는 상징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컬렉션과 올해 초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컬렉션에 이어, 이번 '아트 바젤 인 바젤 2026'까지 글로벌 최상위권 예술 IP(지식재산권)를 연이어 독점하고 있다. 나아가 예술가와 협업해 TV 베젤을 아예 입체 조형 작품처럼 디자인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TV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화질 경쟁을 넘어, '누가 더 대체 불가능하고 가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거실에 제공할 수 있는가'를 두고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1회성 가전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일상 속 예술 경험을 매개로 한 구독형 비즈니스로의 본격적인 전환이다. 거실의 꺼진 화면을 점령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디지털 캔버스' 전쟁은 앞으로 더욱 정교해진 맞춤형 큐레이션과 다채로운 서비스 모델을 낳으며 가속화될 전망이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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