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車 없는 잠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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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엔 잠수교를 찾는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을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전거의 천국이다. 다른 한강 다리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잠수교는 그렇지 않다. 수면과 바짝 붙어 있어 평지처럼 진입할 수 있다. 4개 차로 중 절반을 보행자와 자전거에 내어준 덕분에, 러너도 라이더도 거침없다. 바로 옆 차선의 자동차 매연과 경적 소리가 유일한 아쉬움이다.

▶반세기 전 개통 당시 목적은 조금 달랐다. ‘안보’가 최우선이었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극심하던 1976년, 전차와 장갑차가 강을 빠르게 건널 수 있도록 수면과 바짝 붙여 낮게 지었다. 폭격으로 무너졌을 때 복구 부교를 띄우기도 쉬웠다. 부족한 예산과 기술력 탓도 있었다. 6년 뒤 같은 교각 위에 반포대교를 얹으며 국내 최초의 ‘복층 다리’가 완성됐고, 밑에 있던 잠수교는 위성 카메라로부터도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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