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스트립 "'악마는 프라다' 20년 만에 돌아온 이유 있죠" [김소연의 현장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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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오른쪽)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감독 데이빗 프랭클)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배우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오른쪽)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감독 데이빗 프랭클)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더 일찍 만났으면 어떻겠느냐고요? 아니요. 이건 지금 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이니까 가능한 스토리고요."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이 8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내한 간담회에서 20년 만에 작품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1편과 마찬가지로 그저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2006년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속편이다. 20년 만에 돌아온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1편의 배경이 된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를 배경으로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와 20년 만에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분)가 럭셔리 브랜드의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분)와 재회하고,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시 한번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든 커리어를 거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작품에는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를 비롯해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까지 전작의 흥행을 견인했던 배우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오는 29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홍보를 위해 메릴 스트립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메릴 스트립과 함께한 앤 해서웨이는 8년 만의 한국 방문이었다.

메릴 스트립은 "한국에 오면서 정말 들떴다"라며 "전 세계 많은 곳을 갔지만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비행기에서 산 능선을 볼 때부터 설렜고, 제가 지금 묵는 호텔이 지금껏 지낸 곳 중 최고라 너무 좋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자랑스러운 작품을 들고 오게 되어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앤 해서웨이는 "다시 와서 기쁘지만 조금 아쉽다"라며 "별마당도서관도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일정이 짧다. 하지만 잘하면 많은 걸 해볼 수 있지 않겠나.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려고 한다.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미란다'는 수십 년간 패션 매거진 '런웨이'를 이끌며 최정상 자리를 지켜온 편집장이다. 지면 매체에서 온라인으로 대세가 급격히 이동하고 브랜드의 영향력마저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그는 다시 한번 업계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앤 해서웨이가 캐스팅된 '앤디'는 과거 '런웨이'에서의 치열했던 시간을 지나 스스로 일궈낸 커리어에 강한 자부심을 지닌 프로페셔널한 저널리스트로 활약해 온 인물이다. 뜻밖의 기회로 '런웨이'에 돌아가게 되고, 이제는 비서가 아닌 기획 에디터로 '미란다'와 다시 마주한다.

 배우 앤 해서웨이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감독 데이빗 프랭클)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배우 앤 해서웨이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감독 데이빗 프랭클)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앤 해서웨이는 에디터로서 어떤 콘텐츠나 브랜드를 취재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한국은 전 세계 문화를 선도하고 있지 않나"라며 "패션과 화장품도 뛰어나고 음악도 이끌고 있어서 풍부한 콘텐츠가 많다고 생각한다. 제가 기획 에디터라면 이 부분에 타기팅을 해보고 싶다"라고 캐릭터에 몰입해 답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 인터뷰도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메릴 스트립은 "저는 한국 바비큐에 관심이 많다"라며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내는데 아들의 하키 경기장 근처에 한국 바비큐 식당이 있다. 미국에 있으면서 듣게 되는 소식은 한국 문화가 매우 영향력 있다는 것이다. 손자 손녀가 6명 있는데 'K-팝 데몬 헌터스'를 즐기고 K-팝 노래를 매일 부른다. 그렇게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자라면서 다른 지역의 영향을 받지 못했는데,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이 대단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제작진은 전편에서 캐릭터들이 각자 다른 삶의 궤도에 들어섰기 때문에 이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분명한 명분이 필요했다고 밝히며 속편 제작에 대한 고민이 깊었음을 전했다. 특히 연출자인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은 이 같은 고심 끝에 현시점에 이르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를 선보이게 된 이유로 "인쇄 저널리즘 세계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해가 갈수록 쇠퇴하는 인쇄 저널리즘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변화를 탐구하고 이 캐릭터들의 재회를 그려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메릴 스트립도 궤를 같이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메릴 스트립은 "미디어 업계가 많은 변동을 겪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고민이 많은 시점에 이 영화가 나오게 됐다"라며 "미란다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라고 인물의 상황을 전했다.

앤 해서웨이는 "저널리즘과 패션 모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캐릭터에 대한 관점에서도 '앤디'는 과거 사회초년생이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은 기자로서 원하던 삶을 살아온 상태다. 많은 기술과 시각이 쌓인 '앤디'가 '미란다'의 파트너로 등장하면서 그 관계성이 돋보이게 될 것"이라고 귀띔해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년 전 개봉 당시 패션 업계와 매거진, 언론계의 현실을 세심하게 담으면서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그려내 큰 사랑을 받았다. 20년 만에 돌아온 작품에서도 다채로운 재미와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이 두 배우의 공통된 포부였다.

앤 해서웨이는 "세계가 변화하고 있고 훨씬 더 많은 자유가 보장되고 있지만, 이전에 어려웠던 사람들도 경제적 자유를 얻길 바란다"라며 "2편의 '앤디'는 모든 공과금을 스스로 내고 있고 '나 혼자서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다양한 메시지들을 이 영화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롤모델을 연기한다기보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진정성 있는 인물들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며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앤디'는 친절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면서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자 노력하기에, 일을 잘하면서도 따뜻하고 너그러울 수 있다는 점을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메릴 스트립은 "이것이 메시지라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지만, 젊은 여성들이 '앤디'를 보면서 용기를 얻은 것 같다. 1편을 통해 여성이 '나쁜 보스'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은데,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보며 재미를 느끼고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각자 느끼고 싶은 바를 충분히 느끼며 1편처럼 2편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했다.

다만 "더 일찍 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메릴 스트립은 "이 대본은 지금 했어야 했다.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였다"라며 "그래야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70대 여성이 보스 역할을 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역할을 수행하게 되어 행복하다"라며 "제가 최근 '보그' 커버도 장식했는데 저를 촬영해 준 분도 76세였다. 50세 넘은 여성들이 사라지고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들의 의견이 문화에 덜 반영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존재감이 강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메릴 스트립이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감독 데이빗 프랭클)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배우 메릴 스트립이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감독 데이빗 프랭클)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두 사람의 연기 호흡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다. 앤 해서웨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찍을 당시 저는 22살 신인 배우였는데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배우와 연기할 수 있었다"라며 "저는 모든 면에서 메릴 스트립에게 영향을 받았고 많은 기회를 얻었다. 관객들이 저를 사랑해 주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고 그래서 저도 행복해졌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시 만난 메릴 스트립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항상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깊게 고민하며 연기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메릴이 완벽하게 이끌어주면 저는 그저 감탄하며 따라가는 식의 호흡이었다"라고 칭송했다.

메릴 스트립은 "저는 항상 사람들에게 '재밌게 해보자'라고 말해왔지만, 1편에 한해서는 캐릭터 특성상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촬영장에서도 혼자 시간을 많이 보내며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우울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2편에서는 우리의 에너지가 다시 불붙었고, 앤이 완전히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고 즐거웠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그룹 간의 호흡은 정말 뛰어났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앤 해서웨이에 대해 "정말 성실하고 연기를 잘한다. 제가 동료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뿐인데 정말 훌륭한 동료다"라고 극찬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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