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된 美 생물보안법 득실 따져보니…韓·日·유럽 등 경쟁 치열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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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우시 1260H 명단 포함 가능성…이미 유전체 분석기업은 포함
유예기간 주어지지만, 거래 바꾸려면 내달부터 당장 영향
삼성바이오 바이넥스 에스티팜 마크로젠 쓰리빌리언 등 수혜 예상

중국 유전체 분석·위탁개발생산(CDMO)·바이오 소부장 기업 등과 거래 제한을 골자로 한 ‘생물보안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종 발효됐다. 중국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 인도, 일본, 유럽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2026년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초 발의됐던 생물보안법은 우시 등 중국 회사의 강력한 로비 영향으로 통과가 무산됐다. 하지만 올해 위헌 논란이 있었던 제재 대상 중국 기업 명단이 빠진 채 NDAA에 포함돼 의회를 통과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방수권법 발효 후 1년 이내에 관리예산국(OMB)이 우려바이오기업 명단을 공표해야 한다. 이러한 우려기업에는 △국방권한법 1260H 규정에 따라 매년 국방부가 연방관보를 통해 발표하는 미국에서 운영 중인 중국군사기업 △다음의 3개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 및 그 계열사(1. 외국 적대국의 정부를 대신해 행정적 거버넌스 구조·지시·통제를 받거나 운영되는 기관, 2. 바이오 장비 또는 서비스의 제조·유통·제공·조달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 기관, 3.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기관) 등이 포함된다.

우려기업이 지정되고 연방조달규정이 반영되면 특정 우려기업(국방부에서 발표하는 미국에서 운영중인 중국군사기업)은 연방조달규정 개정 후 60일 후부터, 기타 우려기업으로 지정된 경우 90일 후부터 조달, 계약, 대출 및 보조금에 대한 금지규정이 발효된다. 기타 우려기업과 기존에 체결된 계약 또는 합의에 따라 생산되거나 제공되는 바이오 장비 또는 서비스의 경우는 5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미 국방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1260H에 따른 목록엔 이미 중국 유전체 분석서비스기업인 BGI, MGI테크 등이 포함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CDMO업체(우시바이오로직스)를 계열사로 둔 우시앱텍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260H에 포함되면, 생물보안법의 '우려기업'에 포함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 국방부는 1260H 명단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데, 내년 1월에는 우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다"며 "1260H 명단이 생물보안법 '우려기업'에 포함돼 실제 시장이 영향을 받기까지는 연방조달 규정 개정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1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바이오협회(BIO)도 이번에 발효된 법률에 대한 Q&A문답을 주요 회원사들에 공유했다. BIO에 따르면 1260H 목록엔 중국 BGI그룹 자회사인 포렌식 제노믹스 인터내셔널과 중국 상하이 세포 냉동·보관업체 오리진셀 테크놀로지 등도 포함됐다. 법안 제정 후 실제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까지 약 5~7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바이오 분야는 장기 계약이 많아 거래처를 바꾸는 데 5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시장엔 바로 내년부터 영향을 줄 전망이다. BIO에 따르면 계약이 유예 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해당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과 미국 정부 간의 신규 계약, 갱신, 연장 등이 금지된다. 이 법의 시행은 분기별 또는 필요시 소집되는 연방조달 규정 위원회의 개정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 제재에 나서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넥스, 에스티팜, 마크로젠, 쓰리빌리언 등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8만4000L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 항체의약품 CDMO를 주로 수주하고 있다.

우시가 생물보안법상 우려기업에 포함된다면, 우시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뿐만 아니라 세계 선두 지위를 지닌 위탁개발(CDO) 사업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뿐만 아니라 스위스 론자, 일본 후지필름 등 경쟁업체에 일감을 뺏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중소형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업체인 바이넥스도 우시의 고객을 뺏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시의 주요 고객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보다는 규모가 작은 바이오기업들이 많다. 1958년 순천당제약으로 출범한 바이넥스는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2년 앞선 2009년 국내 첫 CDMO사업을 시작했다. 이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한 경험이 있어 내년엔 글로벌 제약사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이전 물량을 당장 소화할 기업은 전 세계에서 일본 AGC바이오로직스·KBI바이오파마, 미국 에비드바이오서비스, 독일 렌슬러 등 4곳에 불과하다”면서도 "바이넥스는 미국과 유럽의 제조 공장 인증(cGMP)을 모두 보유해 중소형 CDMO 중 글로벌 고객사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라고 밝혔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인 에스티팜은 올리고핵산 CDMO와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중국 일감을 뺏어올 가능성이 높다. 에스티팜은 리보핵산(RNA) 치료제 주원료인 올리고핵산의 글로벌 3대 생산업체다. 휴미라 키트루다 등이 질병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2세대 의약품이라면, 유전물질과 결합해 질병 유발 단백질 생성을 막는 RNA 치료제는 질병의 근원을 표적으로 하는 3세대 의약품이다. 에스티팜은 원료물질, 반제품(모노머), 올리고핵산 등 제조 단계별로 각기 다른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시장 지배력을 갖춘 유일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올리고핵산 제조 전 단계인 ‘모노머’(단백질 단량체) 시장에서도 에스티팜은 미국 써모피셔, 독일 머크 등과 함께 글로벌 5대 생산기지다. 현재 모노머와 원료물질 시장은 중국이 과점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원료물질 단계까지 중국산에 의존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에스티팜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밖에 미국에 현지 법인을 둔 국내 유전체 분석 업체인 마크로젠과 쓰리빌리언도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마크로젠은 미국 법인 소마젠을 통해 미국국립보건연구원(NIH) 등에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기반 희소질환 진단기업 쓰리빌리언도 지난 10월 미국 텍사스에 '쓰리빌리언US'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는 미국 내 직접 클리아(CLIA) 랩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유전체 분석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쓰리빌리언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유전체 검사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는데, 이를 현지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경향이 자리 잡은 것 같다"며 "이에 직접 미국 법인을 설립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기환 전무는 "미국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의약품 관세 부과, 약가 인하 정책에 더해 이번 생물보안법이 통과됨에 따라 2026년은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기업간 시장 경쟁 구도에 큰 파장을 미칠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미국 내 시장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한국, 인도, 일본, 유럽기업들의 경쟁이 더 가열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안대규/오현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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