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오리지널 항암제 '탁소텔' 사업권 인수…글로벌 시장 진출

보령이 프랑스 빅파마 사노피의 항암제 ‘탁소텔’의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했다. 보령이 글로벌 오리지널 항암제의 국내 사업권을 넘어 전 세계 사업권을 사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부터 레거시브랜드인수(LBA) 전략을 확대하고 있는 보령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탁소텔 사업권 2878억원에 인수

보령은 사노피로부터 세포독성 항암제 탁소텔의 국내외 판권·유통권·허가권·생산권·상표권 등 글로벌 사업권을 최대 1억7500만유로(약 2878억 원)에 인수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보령은 사노피와 계약금액 중 1억6100만유로는 거래 종결일에 지급하고, 계약상 설정한 조건을 달성하면 1400만유로를 추가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LBA 전략을 확대하는 보령이 오리지널 항암제의 전 세계 사업권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령은 한국 중국 독일 스페인 등 19개국과 남미 및 중동 지역에서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 즉시 탁소텔의 제반 사업을 포괄적으로 인수하게 된다.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보령은 자사의 충남 예산 공장에서 탁소텔을 생산하고 직접 유통 및 판매에 나선다. 앞서 보령은 미국 일라이릴리로부터 2020년 ‘젬자’, 2022년 ‘알림타’의 국내 사업권을 인수했지만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하진 않았다.

탁소텔은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세포독성 항암제다.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리스트에 등재된 성분인 ‘도세탁셀’의 오리지널 제품으로 유방암, 전립선암, 위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쓰여왔다. 사노피에 따르면 탁소텔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7000만유로(약 11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보령은 세포독성 항암제가 여전히 항암 치료의 필수 기반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오리지널 세포독성 항암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 글로벌 제약사 도약 꿈꿔

보령은 탁소텔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세포독성 항암제의 공급 차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탁소텔의 글로벌 사업권 인수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보령 관계자는 “최근 항암 치료 패러다임이 표적·면역항암제 중심으로 발전하는 양상에서 세포독성항암제는 여전히 항암 치료의 필수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중요도가 높아진 필수의약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세포독성 항암제 분야에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세포독성 항암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보령은 2020년대 초부터 항암제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젬자와 알림타 등 오리지널 항암제의 국내 사업권을 인수해왔다.

보령은 이번 탁소텔 인수가 글로벌 오리지널 항암제 생산과 유통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령은 특허가 끝나 헐값이 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국내 소유권을 가져온 뒤 자체 제품으로 만드는 LBA 전략으로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해왔다.

이같은 전략에 힘입어 보령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8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실제 2020년 143억원이던 젬자의 국내 처방 매출은 지난해 295억원으로 4년 새 106% 늘었다. 당초 분말 제형이던 젬자를 시장 수요가 높은 액상형으로 바꿔 2023년 출시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젬자 판매량의 70%가 액상 제형일 정도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김정균 보령 대표는 “이번 탁소텔 글로벌 비즈니스 인수는 처음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글로벌 사업권을 확보하는 계약인 만큼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후속 제형 개발과 병용 전략, 새로운 적응증 연구 등 연구개발(R&D) 전반으로 확장해 ‘탁소텔’의 치료 가치를 발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