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사 갈등이 파업 국면으로 전환됐다. 올해 임금협약 교섭을 둘러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끝내 중지되자 노조는 "회사와 구성원 사이 신뢰가 무너진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다음달 파업투쟁 준비를 공식화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에게 사과하고,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개월간 이어진 교섭 끝에 결국 조정이 중지됐다는 사실은 지금의 갈등이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카카오 노사는 전날 경기지노위에서 2026년 임금협약 교섭과 관련한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카카오지회는 경기지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단순히 임금 인상만 요구한 게 아니었다면서 "그간 반복된 불투명한 성과 보상 구조를 개선하고 회사 성장의 과실이 실제 일한 구성원들에게 합리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준을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회사의 교섭 태도도 비판했다. 카카오지회는 회사가 장기간 교섭 과정에서 수동적 대응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교섭 중 일방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해 협상 신뢰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사측 교섭대표가 여러 차례 바뀐 데다 수정안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대화의 연속성이 흔들렸다고도 했다.
카카오지회는 특히 "올해가 이미 절반 가까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많은 구성원들이 여전히 정상적인 임금협약 적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진정한 쇄신은 비용 절감이나 조직 재편이 아니라 구성원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사는 임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공지를 통해 "여러 우려와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협의가 길어지며 크루 여러분의 기다림 또한 길어지고 있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아직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충분히 좁히지 못한 상황이지만 대화를 통해 다시 하나의 카카오로 힘을 모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조직 개편도 방안도 제시했다. 사용자 중심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한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대표는 기존 프로덕트 조직을 '카카오톡'과 '비즈니스'로 나누는 방안을 꺼냈다. 흩어져 있던 디자인 조직을 통합해 각 영역 전문성과 협업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카카오톡 조직 안에는 '유저 퍼스트(User First) TF'를 신설한다. 이용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서비스 전반에 걸쳐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세부 조직개편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노사 간 최대 쟁점은 성과급과 장기 보상 체계다. 카카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방안, 500만원 규모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하는 방안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회사는 RSU를 성과급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RSU를 '별도 보상'으로 봐야 한다면서 성과급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RSU는 일정 기간 재직하거나 특정 성과 조건을 충족하면 회사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장기 보상 제도다. 이른바 '카카오페이 사태' 당시 불거진 '먹튀' 논란을 해소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회사는 RSU를 장기 근속과 오너십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보지만, 노조는 성과급과 합산할 경우 현금성 보상이 줄어든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계열사 갈등도 부담이다.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계열사 4곳은 이미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파업 찬반투표도 찬성으로 가결됐다. 본사 노조마저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단체행동 가능성도 한층 가시화된 상황이다.
디케이테크인 문제도 카카오지회가 강력하게 문제 삼는 대목이다. 카카오지회는 카카오 100% 자회사인 디케이테크인에서 고용불안, 경영실패, 저임금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책임 있는 경영과 고용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올해 임금협상에선 회사가 제시한 인상안이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반발하는 중이다.
카카오지회는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다만 "더 이상 기다림과 인내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존중받고 회사의 성과가 함께 일한 구성원들과 공정하게 나누어질 수 있도록 조합원들과 함께 6월 파업투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 파업 일정은 별도 채널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카카오 본사에서 실제 파업이 벌어질 경우 창사 이후 첫 사례가 된다. 현시점에선 전면 파업으로 곧장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부분 파업, 준법투쟁, 집회 등 단계적 단체행동이 먼저 검토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 노사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도 변수다. 카카오는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중심으로 주요 서비스에 AI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신규 서비스 출시, 플랫폼 운영 안정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김대영/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14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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