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호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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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선 선임기자 = 호랑이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에게 두려움과 친근함의 대상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를 모두 갖게 됐다. 맹수의 왕, 상위 포식자로 불리지만 전래동화나 민화에도 등장했다. 심리적 거리감이 덜하고, 바로 옆에서 볼 수 없는 데도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는 접할 수 있지만, 동물원처럼 제한된 공간에 가지 않으면 실제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달 6일 경북 봉화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백두산호랑이 '한청'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청은 국내 최고령의 스무 살 암컷 호랑이였다. 직전에 백두대간수목원을 방문했던 터라 한청의 소식에 관심이 갔다. 백두대간수목원에는 호랑이숲이 있다. 한청도 이곳에서 생활했다. 수목원 측은 호랑이숲에 한청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1주일간 운영했다.

이미지 확대 지난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앞에 마련된 '한청' 추모공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지난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앞에 마련된 '한청' 추모공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무심코 받아본 추모공간 사진에 눈길이 갔다. 한청을 기억하는 글과 그 앞에 놓인 국화가 보였다. 그중에서도 "귀여운 눈빛 속에 담긴 대자연의 위엄"이라는 표현과 "바람이 되어 숲을 자유롭게 누비렴"이라는 기원에 호랑이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사진 속에선 관람객들이 한청의 사진을 바라봤고, 근처에선 추모 메시지가 적힌 흰 종이가 바람에 나부꼈다. 새삼 호랑이가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존재라는 점이 상기됐다.

이미지 확대 지난달 마련된 '한청' 추모공간의 관람객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지난달 마련된 '한청' 추모공간의 관람객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백두대간수목원 방문객 대부분은 호랑이숲을 관람한다고 한다. 지난달 초 방문했을 때는 2013년생 백두산호랑이 남매가 호랑이숲에 모습을 보였다. 당일 오전 10시께 호랑이숲 울타리 앞에서 지역 노인회에서 왔다는 어르신들과 우연히 관람을 함께 하게 됐다. 호랑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해 시선을 옮겼다. 옆에 있던 한 어르신은 "호랑이가 얼굴을 보여줘서 고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지 확대 조선 단종의 능인 영월 장릉의 석호 2025.9.2 [사진/김정선 기자]

조선 단종의 능인 영월 장릉의 석호 2025.9.2 [사진/김정선 기자]

올해 들어 접했던 호랑이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호랑이가 주목받으며 등장한 작품 중 하나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일지도 모른다. 호랑이 캐릭터 '더피'의 깜찍한 모습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접한 호랑이의 모습은 조선왕릉에서였다. 왕릉을 지키는 호랑이 모양의 석물인 석호였다. 필요한 절차를 거쳐 몇차례 능침에 올라갔을 때 접할 수 있었다. 석호의 모습에서도 늠름함과 귀여움 등 다채로운 이미지가 느껴졌다. 그 바탕에는 호랑이에 대한 문화적 기억과 친숙함이 있었을 것이다.

호랑이에게는 벽사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서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동물이기도 하다. 백두산호랑이는 멸종위기종이라고 한다. 동물이 갖는 상징과 이미지를 생각하다 보니 역사 속에서 이뤄진 개체의 변화와 함께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 등도 돌아보게 된다. 종 보전의 의미 역시 새롭게 와닿는다.

js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2월04일 09시1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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