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 태웠는데 고작 '하루 1시간' 단축?…커지는 AI 거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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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2.09 10:58 수정2025.12.09 10:58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해 수백조원을 쏟아붓고 있는 인공지능(AI)이 실제 산업 현장에선 ‘하루 평균 1시간 업무 단축’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기대와 달리 생산성 개선 효과가 아직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검증되지 않은 장밋빛 성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8일(현지시간) 오픈AI가 발간한 ‘기업용 AI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00개 기업, AI 이용자 9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AI를 활용한 후 작업 속도와 품질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기업용 서비스인 ‘챗GPT 엔터프라이즈’ 이용자들은 AI 사용으로 하루 평균 40~60분의 시간을 절약했다고 응답했다. 데이터과학·엔지니어링·커뮤니케이션 분야 종사자들은 이보다 20분가량 더 많은 하루 60~80분의 시간 절감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일부 이용자는 주당 10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픈AI는 이용량 증가도 성과로 내세웠다. 챗GPT의 전체 대화량은 1년 새 8배로 늘었고, 기업들이 복잡한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추론’ 토큰 소비량은 320배 급증했다.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경영·기획·코딩·데이터 분석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쟁사인 앤스로픽도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자사 챗봇 ‘클로드’ 이용 대화 1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일부 업무에서 AI가 작업 시간을 최대 80%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이를 토대로 현재 세대의 AI가 향후 10년간 미국의 연평균 노동 생산성 증가율을 1.8%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문제는 이 ‘1시간’ 절감 효과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돈의 규모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아마존·메타 등 미국 빅테크 4사는 2025년 들어서만 AI 인프라에 1550억달러(약 210조원)를 썼다. 메타는 2028년까지 AI 인프라에 6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고, 오픈AI와 오라클이 함께 추진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에도 최대 5000억달러가 들어간다는 전망이 나온다.

AI가 부가가치를 생산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오픈AI와 앤트로픽의 보고서가 “외부 학계의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자료”라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MIT 연구진은 올해 8월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투자한 다수 기업이 아직 실질적인 수익을 거의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지난 9월엔 하버드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들이 AI를 활용해 생산된 결과물 상당수가 “별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작업 찌꺼기(Workslop)에 그친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오픈AI는 이에 대해 “현장과 연구 사이에 인식 격차가 크다”고 반박했다.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업의 AI 도입 속도는 소비자 시장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니 채터지 듀크대 교수도 “응답자의 4명 중 3명은 ‘과거에는 할 수 없던 업무를 이제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며 “AI의 효과가 단순한 시간 절감 이상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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