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 사이에서 최고 화제는 단연 성과급이다. SK하이닉스는 올초 기본급의 2964%, 연봉 1억원 기준으로 약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박탈감을 토로한다. 성과급이 연봉만큼 인생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이 변화 자체는 긍정적이다. 성과를 낸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기업은 성과를 창출한 구성원에게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성과급은 노력의 ‘결과’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기업은 정말 성과주의를 하고 있는가.
한국 기업은 오랫동안 성과주의를 외쳐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개인보다 조직 성과에 기댄 집단성과주의가 여전히 강하다. 사업부가 잘되면 함께 많이 받고, 어려우면 함께 적게 받는다.
산업화 시대에는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직원 간 성과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같은 직급에서도 생산성이 몇 배씩 벌어진다.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 민첩성의 차이가 기업 경쟁력의 차이로 직결된다.
그럼에도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많은 기업이 성과급 규모를 키우는 데는 익숙하지만, 성과를 가려내는 데는 소극적이다. 평가를 둘러싼 갈등이 두렵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것이 성과관리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아직 그 불편한 대화를 충분히 나누지 못하고 있다.
성과급 논란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성원은 액수보다 기준을 궁금해한다. ‘얼마를 받았는가’보다 ‘왜 그렇게 받았는가’를 알고 싶어 한다. 공정성은 똑같이 나누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납득할 수 있는 설명에서 나온다.
올해 초 대법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 소송에서 의미심장한 선을 그었다. 사업부 목표 달성에 연동돼 구성원이 통제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는 임금으로 인정한 반면, 영업이익에 연동된 초과이익성과급은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상황과 자본 규모 등 구성원이 통제하기 힘든 외부 요인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성과급도 결국 상당 부분은 개인의 성과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가 아니라 호황이 가져다준 분배라는 사실을 사법부가 다른 각도에서 일깨운 셈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연말 평가 중심의 성과관리에서 벗어났다. 목표 설정, 실시간 피드백, 역량 개발, 데이터 기반 분석으로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한다. 성과급은 그 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좋은 성과관리 없이 좋은 성과급만 존재할 수는 없다.
우리는 종종 성과관리를 평가제도와 혼동한다. 성과관리는 사람을 솎아내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이다. 리더는 결과만 채점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장을 돕는 코치여야 한다.
AI는 지금 모든 직무를 재정의하고 있다. 쌓아온 경험보다 새로 배우는 속도가 중요해지고, 성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성과관리도 그만큼 정교해져야 한다. 보상만 늘리는 기업보다 성과를 측정하고 성장시키는 기업이 더 강해진다.
대한민국도 이제 본격적인 성과급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호황은 영원하지 않고, 사이클도 언젠가는 꺾인다. 보상의 크기로 환호하던 회사일수록 불황 앞에서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다. 위대한 기업은 보상을 잘하는 기업이 아니라 성장을 설계하는 기업이다.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과연 성과를 키워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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