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것에 실려 가면 포기해야 했던 상황…발가락부터 움직이며 일어났다"
"할머니가 해주는 밥 먹고 싶어…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도 계획"
"국내 하프파이프 훈련장은 단 한 곳…일본처럼 시설 갖춰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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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2026.2.14 jieunlee@yna.co.kr
(밀라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부상의 고통과 실패의 두려움을 딛고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쓴 최가온(17·세화여고)은 "언니, 오빠들과 함께 성장하며 키운 승부욕(승리욕)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최가온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 당시 상황과 메달 획득 후의 에피소드, 그리고 자신이 느꼈던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최가온은 13일 새벽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88.00점의 클로이 김(미국)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1, 2차 시기에서 연달아 넘어져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였으나 마지막 3차 시기에서 기적처럼 역전 드라마를 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한국 스키의 동계 올림픽 1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고, 클로이 김(미국)이 2018년 평창 대회 때 세운 이 종목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 기록도 깼다.
2008년생 최가온은 "한국에 돌아가면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다"며 풋풋한 여고생의 면모를 보이면서도, 자신을 보며 스노보드 선수의 꿈을 키울 어린 선수들을 향해 "스노보드는 즐기면서 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젓하게 조언했다.
부상 당시 상황에 관해서는 "들것에 실려 가면 그대로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한 뒤 발가락부터 힘을 주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고, 다행히 경기를 다시 치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향후 목표를 묻는 말엔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진 못했다"며 "먼 미래의 목표보다는 당장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 최인영 씨와 어머니 박민혜 씨 사이의 2남 2녀 중 3녀로 태어난 최가온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과 스노보드를 탔고, 9살이던 2017년 한 TV 프로그램에 스노보드 패밀리로 온 가족이 동반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전문 스노보드 선수 활동을 시작한 뒤 2023-2024시즌부터 한국 간판선수로 발돋움했다.
다음은 최가온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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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있다. 2026.2.14 jieunlee@yna.co.kr
--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 가족들로부터 긴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한국에 돌아가서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겠다. 메달을 딴 지 하루인지, 이틀인지 지났는데 꿈만 같고 실감 나지 않는다.
-- 우승 당시 클로이 김의 축하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 클로이 언니가 날 안아줬는데 매우 행복했다. 클로이 언니를 넘어섰다는 느낌을 받았고, 뭉클한 감정이 치솟았다. 클로이 언니는 항상 좋은 말을 많이 해줬는데, 그때 눈물이 다시 터졌다.
-- 평소 동경하던 우상을 뛰어넘었는데.
▲ 사실 경기 시작 전부터 클로이 언니가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마음이 엇갈렸다. 클로이 언니는 내가 많이 존경하는 분으로, 그분을 뛰어넘으면서 기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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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2.14 jieunlee@yna.co.kr
-- 1차 시기에서 넘어진 뒤 오랫동안 누워 있었는데.
▲ 넘어졌을 때 바로 일어나려고 했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일어날 수 없었다. 의료진들이 내려왔고, 들것에 실려 나가면 병원에 가야 해서 그대로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포기하면 많은 후회가 들 것 같았다. 다음 차례 선수가 대기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한 뒤 발가락부터 힘을 주면서 발을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내려와서 다행히 경기를 다시 치를 수 있었다.
-- 2차 시기를 앞두고 기권 표시가 떴는데, 어떤 상황을 거쳐 번복한 것인가.
▲ 나는 코치님께 무조건 뛰겠다고 했지만, 코치님이 걸을 수 없는 상태라고 기권을 권유했다. 나는 이 악물고 걸어보려고 노력했고, 다리 상태가 나아져서 2차 시기 시작 직전 기권을 철회하고 출전을 강행했다.
-- 3차 시기를 앞두고 어떤 생각을 했나.
▲ 1, 2차 시기 때 모두 넘어졌다. 특히 1차 시기 때 심하게 넘어져서 아팠다. 3차 시기 때는 긴장감이 들지 않더라. 기술 생각만 하면서 출발했다. 내 연기는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아프고 눈도 많이 왔는데 성공해서 감격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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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2.14 jieunlee@yna.co.kr
-- 크게 다쳐서 (3차 시기 도전에 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 원래 어릴 때부터 겁이 없었다. 언니, 오빠들과 함께 성장하며 키운 승부욕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된 것 같다. 내 승부욕이 겁을 이긴 것 같다.
-- 경기 당시 눈이 많이 왔는데, 다른 대회와 비교했을 때 많은 양의 눈이었나. 어떤 느낌의 눈이었나.
▲ 첫 엑스 게임 출전 당시 엄청나게 눈이 왔는데, 그때와 비교했을 때는 괜찮았다. 경기력에 큰 영향은 없었다. 경기를 위해 처음 입장했을 때 함박눈이 내렸는데 그저 매우 예뻐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시상대에서도 눈이 내렸고, 클로이 언니와 '이렇게 눈이 내리니 정말 좋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 현재 몸 상태와 평소 취미가 있다면.
▲ 무릎이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훈련 중 다친 (왼쪽) 손목은 귀국해서 체크해야 한다. 취미는 예전에 스케이트보드를 즐겨 탔다. 지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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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2.14 jieunlee@yna.co.kr
-- 앞으로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진 못했다. 기술을 높여서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아울러 대회 때 긴장감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앞으로의 목표는.
▲ 난 이른 시기에 꿈을 이뤘다. 영광이다. 목표는 멀리 잡지 않겠다. 당장 내일의 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 열심히 해서 지금의 나보다 더 잘 타는 선수가 되고 싶다.
-- 앞으로의 일정은.
▲ 한국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 할머니가 해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 귀국하면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도 하기로 했다. 일종의 축제를 즐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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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6.2.14 jieunlee@yna.co.kr
-- 선수 생활을 하면서 부친과 많은 일을 겪었을 것 같은데.
▲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일을 그만두고 이 길을 함께 걸었다. 아버지와 많이 싸우면서 운동을 그만두려고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포기하지 않고 함께 와줘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 후원해주신 분들도 감사하다. CJ그룹 비비고에서는 많은 먹을거리를 국제대회마다 보내주셨고, 롯데에서는 가장 힘든 시기에 후원해주셨다. 신한(금융)에서도 묵묵히 열심히 응원해주셨다.
-- 스노보드 꿈나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하프파이프는 즐기면서 하는 게 중요하다. 다치지 말고 즐기면서 열심히 탔으면 좋겠다. 난 어릴 때 즐기는 마음으로 스노보드를 탔는데 올림픽 무대에 다가서면서 부담감과 긴장감이 커졌다. 그렇지만 즐기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내 생각대로 된 것 같다.
-- 국내 훈련 환경에 관한 아쉬움은 없나.
▲ 국내에 하프파이프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인데, 이마저도 시설이 완벽하지 않다. 아쉽다. 일본은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이 있는데, 한국엔 없어서 일본에서 훈련한다. 국내에서 훈련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한국에도 이런 시설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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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2.14 jieunlee@yna.co.kr
-- 이번 대회 한국 스노보드가 강세를 보이는데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나.
▲ 설상 종목은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관심이 떨어지는 종목이다. 모든 선수가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
-- 코치님께 금메달을 걸어준 장면이 화제를 모은다.
▲ 그동안 많은 경기에서 (감사) 표현을 못 했다.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금메달을 걸어드린 것이다.
-- 포상금과 고급 시계를 받게 됐는데.
▲ 과분한 것들을 받게 됐는데 매우 영광이다. 시계는 잘 차겠다.
-- 올림픽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부담되지 않았나.
▲ 처음 기사가 났을 때는 부끄럽고 부담이 됐지만, 내게 많은 관심을 주신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큰 힘을 얻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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