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친중 네트워크 와해 나선 미국…美中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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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어 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관세전쟁에 일대일로 공방까지 '전장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인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카리브해에 띄우며 군사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태다. 명분은 '마약과 전쟁'이다. 베네수엘라 정권이 범죄 조직과 함께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면서 국민의 안위와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 질서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마약 밀매 조직의 사실상 수괴로 규정해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이미지 확대 카리브해로 진입 중인 포드 항모전단

카리브해로 진입 중인 포드 항모전단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판매불가. 재배포 DB 금지]

내세운 명분도 이유에 포함되겠으나 근본적으론 베네수엘라가 주적 중국의 남미 네트워크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친중반미 성향의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고 다시 친미 정부를 복원하려는 차원이란 의미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중남미 거점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세계 각지에서 경제 벨트를 만드는 사업으로, 인프라 투자와 차관 지원을 통해 참여국을 자연스레 영향력 아래 둔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위한 우군 확보 외교전이자 친중 네트워크 구축 작업이란 뜻이다. 당연히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충돌을 빚는 계기로 작용 중이다.

베네수엘라와 함께 나이지리아도 얼마 전 미국으로부터 군사행동 경고를 받았다. 앞서 지난 6월엔 이란이 미국의 벙커버스터 집중포화를 맞고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미국이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각각 달랐으나 이들 삼국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 나라는 모두 각자 대륙에서 일대일로의 핵심 거점이다. 이미 중국은 일대일로 중동 거점이자 미국 견제 대오의 주요 동반자인 이란의 추락을 지켜봐야 했다. 반대로 미국은 이란 핵 위기 해결이란 본래 목적과 함께 중국의 중동 영향력 약화라는 일석이조 성과를 얻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미국이 군사 행동 가능성을 언급한 명분이 '기독교인 탄압'이다. 하지만 이곳 역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거점이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이지리아는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는 등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일대일로 사업 중심지로 부상했다. 중국은 나이지리아에서 도로·항만·철도 건설 및 현대화, 태양광 발전소 건설 등에 직접 투자하거나 지원을 늘리고 있다. 두 나라는 계속 외교 관계를 격상해 왔으며, 중국은 나이지리아를 역내 전략 파트너로 육성 중이다.

베네수엘라는 이들 삼국 중 미국과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깝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중남미에서 최대 적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행위를 용인한 적 없다. 과거 소련의 거점이었던 쿠바에 군사력을 투입했던 과거가 떠오른다. 미국이 명분으로 내건 마약 소굴 퇴치 역시 중국 견제와 직결됐다. 실제로 미 정보당국은 펜타닐 같은 신종마약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중남미 카르텔에 공급하는 배후가 중국이라고 본다. 중국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을 통해 미국에 마약을 퍼뜨려 사회 혼란과 국력 약화를 획책하는 '하이브리드 전술'을 쓰고 있다는 구체적 분석도 나온다. 당해본 자가 아픔을 가장 잘 안다던가. 중국 입장에선 과거 영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청(淸)에 아편을 대량 유통해 사회·경제 혼란을 야기한 전술을 재응용하는 셈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에 고조된 군사적 위기를 놓고 중국은 아직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베네수엘라 못지않은 친중 국가인 콜롬비아를 통해 갈등 중재에 참여해 간접적으로라도 미국을 견제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으로선 이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상황도 문제지만, 최근 남아시아의 일대일로 거점인 네팔의 친중 정권이 붕괴한 것도 뼈아픈 상황이다. 관세 전쟁으로 표면화된 미·중 대결이 이제는 우군 네트워크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는 '제로섬 게임'으로 전장을 넓히는 형국이다. 평온한 듯 보이는 일상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국제정세는 숨 가쁘게 변하고 있다. 변화는 언제나 결과로 돌아온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1월21일 11시3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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