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壬辰倭亂). 1592년을 일컫는 임진년에 왜가 조선을 침공하여 피운 난동이다. 전란은 7년 가까이 이어져 1598년 끝난다. 7년 전쟁이라고도 한다. 16세기 후반 최대 규모의 이 국제전쟁을 우리나라가 이름하는 형태다. 난동이라니? 침략한 쪽에서는 그리 이를 리 없다. 일본 연호에 해당하는 문록(1592∼1595), 경장(1596∼1615) 연간의 전쟁이라는 의미로 '문록경장의 역(文祿慶長の役)'이라 한다. 17세기 이후 줄곧 일본에서는 임진왜란을 조선정벌(豊太閤の朝鮮征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정벌)이라 했다. 정벌은 죄지은 자를 토벌하여 응징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일제가 한국을 강제 병합한 1910년 이후부터 문록경장의 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조선은 이제 제 것이므로 정벌한다는 표현은 모순이라고 봤기에 개칭한 거라는 학설이 있다. 조선의 요청으로 명나라가 군대를 보내 일본과 싸운 중국은 뭐라고 할까. 항왜원조(抗倭援朝)라고 한다. 일본에 맞서 조선을 도운 전쟁이라는 뜻이다. 같은 사건의 명칭이 이렇게나 다르다. 역사는 기억하는 싸움이라는 금언은 헛말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바른 이름 붙이기에서 시작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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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조항 캡처
어느덧 1주년을 맞은 12·3. 이 12·3 다음에 오는 말이 여전히 제각각이다. 물론 12·3 하고서 십이삼이라 읽으면 그만이다. 4·19를 사일구, 5·18을 오일팔, 6·10을 육십, 12·12를 십이십이라 하는 것처럼.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으냐는 생각이 그 뒤에 쓸 단어 선택을 이끈다. 짧은 순서대로 12·3 내란, 12·3 계엄, 12·3 비상계엄, 12·3 불법 계엄, 12·3 불법 비상계엄 하는 이름하기다. 또 이들 끝에 12·3 계엄 사태처럼 '사태'를 붙이기도 한다. 지칭이 다양한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성격 규정과 사법적 판단, 각종 단죄가 끝나지 않은 것과 관련이 깊다. 이를테면 외환(外患) 혐의에 대한 판단까지 남아 있어서 내란조차 모자란 명명이라는 견해가 있다. 민주화운동으로 하자는 것은 국민들의 힘에 방점을 찍은 또 다른 결이다. 분명한 것은 12·3 비상계엄은 위헌, 위법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에 따라 무장 군인들을 동원하여 국회 등 국가기관을 공격하고 권력 강화를 위해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려 했음을 숱한 국민이 목격했을 뿐 아니라 내란 혐의자들이 증언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내란 재판을 국민이 주목하는 이유다. 4·19는 의거에서 혁명으로 진화했다. 5·18은 사태가 민주화운동으로 바뀐 경우다. 12·12는 사건에서 군사 반란이 되었고 5·16은 혁명에서 쿠데타로 뒤집혔다. 역사는 끝내 제자리를 찾고야 마는 시간의 싸움이기도 하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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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임화영] 2024.12.9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중앙일보, 오피니언 한명기의 한중일 삼국지 : 임진왜란·한국전쟁·BTS, 중국의 속내는 그대로였다, 항왜원조와 항미원조를 넘어 (입력 2021.01.01 00:25)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59840
2. 유튜브채널 도울TV, 임진왜란 얼마나 아십니까 1 - 도올 김용옥, 한명기 교수 - https://www.youtube.com/watch?v=AYYhAv3LITM&t=3563s
3.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87조(내란) - https://www.law.go.kr/lsSc.do?query=형법#undefined
4.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2월03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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