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개장 질주'가 '오픈런'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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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국중박. / '두쫀쿠' 오픈런. / 지역화폐 충전 오픈런.

신문에 쓰인 말들이다. 국중박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줄임말인 것은 모르더라도, 두쫀쿠가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임은 알아야만 할 것 같다. 그것도 모르면 세상 물정에 어둡다는 소리를 듣기 딱 좋아서다. 세상에나, 이런 강박이 없다. 그렇다면 오픈런은 어떤가. 나는 이 말을 알아야 하나 몰라도 되나.

낱말 세계에서 '오픈런'은 여전히 대세다. 문 열기 전부터 어떤 곳에 사람이 몰리는 꼴을 말한다. 어떤 곳이 국중박이면 그곳을 보려고, 빵집이면 두쫀쿠를 사려고, 금융기관이면 지역화폐를 충전하려고 몰리는 것이다. 영어로 옮기면 'open run'. 쓰이는 정도로만 보면 성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콩글리시(한국어식 영어)의 대표 사례다. 이 말이 콩글리시인 이유는 우리가 쓰는 뜻의 영어는 opening(개장) rush(몰려듦)여서다.

이미지 확대 open run을 다듬은 말

open run을 다듬은 말

국립국어원

이 오픈런을 '다듬을 말'로 꼽은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이 2020년 11월 '다듬은 말'이 <개장 질주, 개점 질주>(이하 개장 질주)다. 역대 다듬은 말 목록을 보면 '매장이 열리기 전부터 기다리다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물건을 사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의미를 적었다. 그러나 흥행 질주, 전력 질주, 금빛 질주, 3연승 질주, 거침없는 질주는 신문에 보이지만 오픈런을 다듬은 개장 질주는 보이지 않는다.

오픈런이 개장 질주보다 인기가 많은 덴 까닭이 있다. 틀린 영어라지만 오픈런은 붙여 쓰면 세 칸이다. 오픈과 런은 널리 알려진 말이기도 하다. 연다(오픈), 뛴다(런)는 이미지도 그리기 쉽다. 개장 질주는 띄어 써서 다섯 칸이다. 게다가 개장과 질주는 쉬운 말도 아니다. 생각할 거리는 또 있다. 뜨는곳이나 인기명소로 다듬은 핫 플레이스(hot place)다. 사람들은 다듬은 말 대신에 핫플을 쓴다. 두 음절인 데다 입에 척 달라붙는다. 으레 핫플에 오픈런이 생긴다. 무시하기 어려운 콩글리시의 힘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다듬은 말 '오픈 런 2' - https://www.korean.go.kr/front/imprv/refineView.do?mn_id=&imprv_refine_seq=20895&pageIndex=1

2.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05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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