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에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괜히 그려 넣은 게 아니다. 다 뜻하는 바가 있다. 그 은유들을 캐다가 고슴도치에 대한 해설을 만났다. 가시가 많아서 다산(多産)을 상징한단다. 그럴싸하다. 유관한 속담에서도 고슴도치는 새끼와 함께 거론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가 '함함하다'다. 바늘 같은 가시가 어찌 보드랍고 반지르르할까? 속담은 두 갈래로 쓰인다. 자기 자식의 나쁜 점을 도리어 자랑으로 삼을 땐, 그것을 꼬집는 말이 된다. 또한, 누구나 제 자식은 다 잘나고 귀여워 보임을 콕 짚을 뿐인 말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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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속담 '고슴도치 외 따 지듯' 역시 새끼와 연관 지을 수 있다. 분수에 맞지 않게 빚을 많이 짊어졌을 경우를 빗댄다. 낯선 말이다. 그림 그리듯 말이 생성된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옛 그림 해설서에 "예부터 외밭에 원수는 고슴도치"라는 전언이 보인다. 외밭에서 고슴도치는 굼벵이다. 구르는 재주가 신통하다. 몸을 굴려 포크로 음식을 찍듯 가시로 오이를 꽂아서 등에 진다. 농심의 결실을 찌르는 고슴도치의 외 서리다. 서리한 외 숫자는 적당해야 했다. 하나여야 했으나 둘, 셋을 지는 바람에 뒤뚱뒤뚱 힘겨워 귀환하지 못한다. 함함한 새끼 생각에 과욕을 부렸을 터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음을 깜빡했던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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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손철주,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자음과모음, 2013 (서울도서관 전자책) - 예부터 외밭에 원수는 고슴도치라고 했다는 문장 인용. '고슴도치 외 따 지듯' 속담을 새끼와 연관 지어 해설한 내용을 읽기 편하게 각색하여 재구성
2. 이종수, 『옛 그림 읽는 법』, 유유, 2017 (서울도서관 전자책)
3. 엮은이 보리 사전 편집부, 『속담 사전』, ㈜도서출판 보리, 2024
4.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23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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