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맨밥 강다짐에 기름소금

2 hours ago 3

학교 급식이 없던 때다. 도시락을 챙겨야 했다. 주류는 양은 도시락이었다. 보온 도시락이 나오기 전까진 그랬다. 늘 찬밥 신세였겠다고? 천만에. 조개탄 피운 난로의 열기를 빌리면 더운밥에 눌은밥까지도 거뜬했다. 꽁꽁 언 겨울 한 철뿐이긴 했다. 어느 땐 교실 안이 바깥보다 추웠다. 한가운데 놓인 진갈색 난로는 여러모로 위로(慰勞)였다. 위풍당당, 든든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양은 도시락은 옛것이 되었다. 주류 자리를 꿰찬 건 보온 도시락이다. 보온 도시락은 혁신이었다. 찬밥을 없애고 강다짐까지 면하게 했다. 도시락은 손잡이 달린 찬합(饌盒) 꼴을 했다. 층층이 포갠 그릇 서넛 중 하나에는 국물이 담겼던 것이다. 운수 좋은 날이다. 매일은 아니었다.

이미지 확대 '강다짐'의 다섯 가지 뜻풀이

'강다짐'의 다섯 가지 뜻풀이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강다짐은 '밥을 국이나 물 없이, 또는 반찬 없이 그냥 먹음'을 뜻한다. '정말 맨밥 강다짐에는 기름소금만 한 반찬이 없었다.'(송기숙/녹두 장군) '강-'은 몇몇 명사 앞에 붙어 '마른' 또는 '물기가 없는'의 뜻을 더한다. 강기침은 가래가 나오지 않는 마른기침이고 강더위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다.

'강-'은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그것만으로 이루어진'의 뜻을 더하기도 한다.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이 강술이다. 소리를 내기로야 빈속에 "깡"소주(X), "깡"술(X) 마신다고 해야 직성이 풀리지만 강소주, 강술이 바른 쓰임이다. 강울음의 강은 '억지스러운'의 뜻을 더해 억지 울음이나 눈물 없는 울음을 나타낸다. '강-'은 '몹시'라는 의미도 보탠다. '강마르다'를 활용한 강마른 논바닥은 물기가 없어 바싹 메마른 논바닥이고, 강마른 성미는 부드럽지 못하고 메마른 성미이며, 강마른 얼굴은 살이 없어 몹시 수척한 얼굴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이미지 확대 접두사 '강-'에 대한 네 가지 정의

접두사 '강-'에 대한 네 가지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남일, 『우리말 풀이사전』, 서해문집, 2007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유통사 교보문고)

2.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3. 표준국어대사전

4.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25일 05시55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