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물가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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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작년 대비 2.1% 상승했다. minf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물가는 경제 지표다. 동시에 정치 문제다. 실질 임금과 생계비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는 국민의 삶을 좌우한다. 역사적으로 물가 폭등은 체제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1940년대 중국 국민당 정권의 붕괴부터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 최근 아르헨티나의 정권 교체, 이란의 반정부 시위까지. 국민은 물가 상승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물가는 정치의 핵심 변수다.

한국의 역대 정부도 이 사실을 인식해왔다. 1960∼70년대 정부는 물가 변수를 정권의 위협으로 인식해 가격 통제와 긴급 조치로 대응했다. 하지만 시장 왜곡과 암시장 형성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이후 물가 불안은 부마항쟁 등으로 이어진 민심 이반을 가속했다. 정치적 억압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물가는 불만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2008년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새로 출범한 정부의 국정 동력이 약화했다. 물가를 잡는 일은 통치의 기본 조건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수치만 보면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 안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여러 곳 있다. 우선 석유류 가격은 6% 넘게 뛰었고, 농·축·수산물도 고등어·쌀·과일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상승 품목이 속출했다. 생활물가지수는 2%대 후반을 기록하며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통계는 비교적 안정됐지만, 밥상과 난방비가 불안했다. 이는 물가 통계가 평균이지만, 국민은 개별 품목 가격의 변화를 체감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물가 압박의 일차적 원인은 환율 상승이다. 원화 약세는 석유류와 원자재, 수입 식료품 가격을 동시에 끌어 올렸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 상승은 물류비와 가공식품 가격으로 전이되고, 수입 농축수산물의 가격 상승은 밥상 물가를 직접 자극하고 있다. 환율은 시장의 변수처럼 보이지만, 국민에겐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간주되곤 한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농수산물 수급 불안, 국제 곡물 가격 변동성 확대 등 구조적 요인도 겹쳤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와 취약계층 지원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환율이 지속되는 한, 생활물가 압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환율은 대외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거시경제 정책의 일관성과 대외 신뢰 회복을 통해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에너지 부문에선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체계 강화가, 식량·수산물 부문에선 국내 생산기반 강화와 유통 효율화가 과제다. 물가는 국민이 정부를 평가하는 잣대다. 이것이 물가의 정치학이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03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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