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상사' 속 태풍, 모두에게 응원받는 캐릭터이길 바랐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20대의 내가 강태풍 같았으면 어땠을까요."
'초딩미'가 느껴질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어딘지 허술해 보이기도 하지만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 있다. 자꾸만 응원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태풍상사' 강태풍은 이준호에게도 부러운 '로망'이자,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다.
이준호는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태풍상사' 종영 인터뷰를 갖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배우 이준호가 '태풍상사'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O3 Collective]이준호는 "지난해 6월에 대본을 받은 작품이다. 긴 시간 동안 준비했고 촬영한 시간까지 합하면 1년 4개월이다"라며 "이번 작품은 유난히 더 깊은 애정이 있고 시간이 길어서 떠나보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막내린 '태풍상사'는 1997년 IMF를 배경으로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이준호 분)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준호는 "IMF가,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과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했다. 힘들었던 그 시절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과 우정 등 다양한 감정을 긴 호흡의 드라마 안에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이준호는 IMF를 온몸으로 관통했다기보단,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세대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고, 누나와 항상 집에 있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부모님은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이야기 했지만 버텨내고 이겨냈어요. 그 때 국민들이 금모으기 운동을 하며 우리나라를 살려보자고 했고 하나가 되는 힘이 가장 컸던 시절이었어요. 그런 기억들이 어렴풋하게 남아있어요."
'태풍상사' 이준호 스틸 [사진=tvN]시대적 배경도 끌렸지만, 그 시절을 살아낸 강태풍에 더 끌렸다. 강태풍은 IMF로 인해 아버지가 가족만큼 아꼈던 태풍상사가 쓰러지자 이를 지키기 위해 대표가 된 인물. 시작은 꽃을 좋아하는 압구정 오렌지족이었지만, 열정과 패기를 장착한 진정한 '상사맨'으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태풍의 캐릭터를 받아들고 난 뒤 '내 친구가 이런 애였으면 좋겠다' '나의 부모님이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 '내 동생이 이런 친구였으면 좋겠다'였어요.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길 바랐어요. 모든 인물이 태풍을 좋아하고 또 기대게 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서 다채로운 감정들을 숨김없이 표현하고자 했어요. 태풍의 솔직한 모습으로 인해 믿음을 줄 수 있는 인물이에요. 허술할 수도 있지만, 남들에게 부끄러울 수 있는 모습도 스스럼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되고 힘을 얻게 되는 캐릭터이길 바랐어요."
태풍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화물트럭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밤을 지새우며 원단을 지켜낸다. 폐업 위기 속 '사장'을 자처하며 "태풍상사의 상사맨이 되어 주시겠습니까?"라고 손을 내미는 솔직함도 있다. 고난과 시련이 닥쳐와도 그는 포기 대신 다시 일어서며 온몸으로 부딪혔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했다. 이준호는 "태풍이 트럭 앞에 누웠을 때, 강태풍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성격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단면적으로 잘 보여준 것 같다"고 이야기 하며 "저는 태풍이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했다"고 이야기 했다.
배우 이준호가 '태풍상사'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O3 Collective]"강태풍을 연기하면서 '나의 20대 때 이런 모습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주 생각했어요. 솔직하고 감정 표현도 숨김이 없고 추진력도 거침없어요. 내가 일찍이나마 이런 모습을 갖고 있었으면 나의 20대는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만든 캐릭터에요."
태풍의 청춘은, 이준호의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인기 아이돌 멤버로 치열하게 살아온 모습이 태풍과 닮아있기도 했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솔직함이 부럽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저에게 솔직하지 못했어요. 태풍은 솔직하고 단순한 모습도 있어요. 저는 어렸을 적엔 제게 아쉽거나 부족한 모습이 있으면 못 참았어요. 마음에 들 수 있는 단계까지 바꿔봐야겠다, 채찍질을 했어요. 그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지금의 성격이 됐겠지만 태풍이를 연기하면서는 아무 걱정이 없었어요.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성격이 투명하고 숨김이 없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지 않았을까. 나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로는 솔직하다 못해 '초딩미'가 있던 태풍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태풍이의 성격을 20대에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초등학교 때 모습이 있다. 솔직하고 재빠른 모습이 저의 유아기 때 모습과 닮아있더라"고 웃었다. 실제 싱크로율을을 묻자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추진력은 닮았다. 전 고민이 많고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하는데, 태풍은 무조건 '고' 한다"고 이야기 했다.
사랑 앞에서도 태풍은 솔직하다. '직진하는 로맨티스트'다. 이준호에게 사랑과 일,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묻자 "그 때 그 때 모습이 다를 것 같은데 저는 일이다. 물론 둘 다 쟁취할 수 있는 멋진 모습이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배우 이준호가 '태풍상사'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O3 Collective]이준호는 '태풍상사'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넷플릭스 '캐셔로'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캐셔로'는 손에 쥔 캐시만큼 힘이 세지는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공무원 강상웅(이준호 분)이 월급을 털어 세상을 구하는, 생활밀착형 흙수저 슈퍼히어로물이다. 이준호는 소유한 캐시만큼 힘이 세지는 인물인 주인공을 맡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생활 밀착형 히어로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태풍상사'는 저를 한꺼풀 더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됐어요. '킹더랜드'와 '옷소매 붉은끝동'을 하고 난 뒤, 이전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캐셔로'와 '태풍상사'를 만났어요. 왕과 재벌의 캐릭터와는 정반대인, 지금 이 나이대에 보여줄 수 있는 한꺼풀 가벼운 인물이 뭘까 생각했어요. '힘을 뺀다는 게 뭘까' 한참 고민이 많던 시기에 이작품을 통해서 그것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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